기대했던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이 K배터리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IRA 세액공제 혜택이 2배 이상 늘면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온 역시 세액공제를 통해 흑자전환을 꿈꾸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세액공제 혜택을 극대화하고,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엔솔·SK온, IRA타고 '폭풍성장'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759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IRA가 있다.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이면서 전기차 분야 업황이 수요 둔화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IRA 세액공제가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RA 내 첨단부품제조 세액공제(AMPC) 조항은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모듈에 대해 일정 금액을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셀은 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를 지급한다. AMPC는 현금 환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으로 포함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이 받은 올 3분기 AMPC 혜택은 직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2155억원이다. AMPC 수혜금을 제외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219억원) 대비 1.1% 감소한 5157억원이다. 지난해엔 IRA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은 일부 유럽향 EV 배터리 수요 약세에 따라 소폭 하락했지만,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북미 지역 내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지속돼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라며 "북미 지역 생산공장의 안정적 신증설 및 수율 향상 등이 이번 호실적을 견인했다"라고 설명했다.
SK온 역시 AMPC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총 1670억원의 세제혜택을 받았다. 이 덕에 지난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6.9% 증가하며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132억원 줄였다. AMPC 혜택을 기반으로 내년엔 연간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신규 공장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IRA의 AMPC 반영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며 "외형성장을 동반한 수율 개선으로 2024년에 연간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 공장 가동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북미 생산 늘리고 AMPC 수혜 최대로
AMPC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지역 생산기지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2개의 단독 공장과 6개의 합작공장을 운영·건설하고 있다. 건설 중인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이 회사의 총 배터리 생산능력은 342GWh(기가와트시) 이상이 된다.
SK온은 최근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북미 지역 생산설비 확장에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설립한 '블루오벌SK'를 통해 북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블루오벌SK는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켄터키 86GWh, 테네시주에 43GWh 규모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블루오벌SK의 총 연간 배터리 생산량은 129GWh에 달한다.
현대차그룹과도 협력해 조지아주에 연산 35GWh의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25년 완공되는 이 공장에선 현대차가 건설 중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11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2공장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확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34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한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북미 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AMPC 세액공제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에 25억달러(약 3조3502억원)를 투자해 33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2025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업체들의 북미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지역 생산량 증가에 따라 AMPC 세액공제 혜택도 점차 증가해 실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