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 다만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 측면에서는 선방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대응이 늦었던 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확보한 중저가 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커지는 중국 배터리 존재감
14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KABC 2023' 컨퍼런스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동향과 전망을 공유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8%로 작년 대비 0.3%p(포인트) 소폭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작년 13.7%에서 올 상반기 14.5%로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5.7%에서 5.2%, 4.7%에서 4.1%로 줄며 전체 점유율을 깎았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중국 CATL에 못 미쳤다. 올 상반기 CATL의 점유율은 36.8%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인 23.8%보다 13%p 높았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과거 내수 시장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은 지난 2019년 9%에서 작년 3배가량 높아진 27.1%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 32.9%까지 뛰어올랐다.
두각을 드러내는 건 단연 CATL이다. 올 상반기 중국 제외 시장에서 CATL은 27.2%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인 LG에너지솔루션(28.7%)과의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제외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차지한 비중도 50%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이전까지는 국내 배터리 3사와 파나소닉이 (전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점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 업체들이 분발하며 약진하고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유럽, 북미 등에서도 사업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국내 3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현재 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며 오는 2025년에는 10% 초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SK온도 손익을 대폭 개선해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 2025년에는 5%의 영업이익률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K배터리 3사는 고품질의 손익 위주의 마케팅전략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 등 정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업이익률도 높이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 대표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을 벗어나 글로벌 거점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국내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해외 진출 초기에 여러 시행착오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 배터리 3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면 다른 양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회사들의 수익률이 20%대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국내 기준으로 하면 10%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향후에는 결코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업체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저가 시장 각양각색 대응
이날 국내 배터리 3사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LFP 배터리 약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밝혔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에 힘을 쏟는다.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는 일반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전압을 높여 에너지효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전무)은 "LFP와 비교했을 때 37% 가볍고, 공간을 30% 이상 덜 차지한다"며 "안정성 측면에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대비 30% 이상 발열이 감소하고, 가격도 8~10% 낮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당한 가격과 에너지밀도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좋아져,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에 많이 쓰일 범용 제품으로 준비 중"이라며 "이미 여러 고객과 계약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업체들이 수년 전 출시했던 제품이라는 점에서 퇴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국업체들이 미드니켈 배터리를 하던 당시에는 에너지밀도가 떨어져 성능을 잘 못 내고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기술과 접목하면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 하이니켈보다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NCA와 SCN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군과 함께 NMX, LMFP 배터리를 개발해 향후 급성장할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고주영 삼성SDI 중대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볼륨(중가) 시장을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은 여러 후보가 있지만 삼성SDI는 회사의 장점에 집중해 최적화하기 위해 NMX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NMX 배터리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로, 삼원계 배터리 대비 원가를 크게 낮추고 주행거리는 프리미엄 모델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엔트리(저가시장) 시장은 LMFP(리튬·망간·철·인산염) 배터리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는 "LFP 개발이 늦어 지금 개발해 양산을 시작하면 구식 제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올 초부터 LMFP 개발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SK온은 중저가 시장 대응을 위해 LFP와 함께 코발트 사용량을 줄인 '코발트 리스(Less)'와 코발트를 완전히 배제한 '코발트 프리(Free)' 등 3가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황재연 SK온 기술경쟁력 담당은 "하이니켈 NCM은 당연히 개발을 지속하고 시장 요구에 맞추기 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3개 분야도 한창 개발해 준비하고 있다"며 "하이니켈 NCM과 똑같이 만들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각각 부족한 부분을 채워 양산성 확보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