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그룹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철강업계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다. 이번 결정은 노사분쟁이 아닌 상호 논의를 거쳐 내렸기에 보다 의미 있다는 평가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협력사에 채용 기회를 제공해 고용 안정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동국제강그룹은 동국제강 인천공장과 동국씨엠 부산공장에서 각각 '생산조직 운영 관련 특별 노사 합의' 행사를 열고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 고용에 최종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이 직접 고용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총 1000명이다. 동국제강이 600명, 동국씨엠이 400명가량 채용할 방침이다. 채용은 오는 2024년 1월 1일부로 진행되며 모두 생산조직으로 배치된다. 채용되는 1000명은 동국제강그룹의 복리후생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연봉도 동국제강그룹 임금테이블에 따르게 된다.
6월에 TF 출범…매년 하도급 직접 고용 구상
철강사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근간인 생산직은 직접 고용이 더욱 쉽지 않다. 인건비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조직이다 보니 이를 모두 직접 고용으로 둘 경우 인건비 지출이 상당해진다. 이에 국내 다른 철강사들은 자회사를 두고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명확한 이점이 있다. 바로 생산 안정화다. 때문에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6월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 등 3개사로 분할을 마치자마자 바로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 고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올해 1000명을 시작으로 매년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 고용을 추진하는 방안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국제강그룹은 이번 행보로 노사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노사는 30년째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철강사 중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사장은 "철강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생산 조직이 필수"라며 "원청과 협력사가 축적해 온 기술과 인적 자원 등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인력 보강을 통해 국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구상이다. 동국제강이 극저온철근, 내진철근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가는 가운데 동국씨엠은 멕시코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몸집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