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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에 불 붙이는 사람들'…극한테스트 하는 이유는

  • 2023.11.24(금) 17:00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광주광역시 센터 개관
주차 중 전기차 화재 등 다양한 가능성 두고 연구·인증 박차

전기차 배터리를 최대 1000℃까지 오른 LPG 불로 가열하는 모습./사진=정민주기자

[광주=정민주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150초 동안 달군다. 연소온도인 800~900℃에 도달할 때까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극한의 환경으로 배터리를 몰아넣는다. 최대 1100℃로 온도를 올린다. 

배터리 발화 시험 후. 발생한 연기는 천장에 위치한 환기팬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터리는 3시간 후에도 터지지 않아야 합격이다./사진=자동차기자협회

어떤 온도 변화에서도 안전하게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법 중 하나다. 배터리에 열을 직접 가해 폭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혹여나 발생할 화재 가능성을 확인하고, 열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터지지 않는지를 두루 살피는 작업이다. 직접 연소 후 3시간 동안 폭발이 없었던 배터리만 합격증을 받는다. 

배터리 화재 검증은 보다 까다로운 환경에서 진행된다. 승객 및 주변에 가해지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고온의 열을 직접 배터리에 가하는 건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배터리 안전성 평가 12항목 중 가장 가혹한 항목이다. 문보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준이 국제 안전 평가 기준이 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과열방지시험, 열충격시험 등도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하는 대표적인 항목들이다. 배터리 온도가 변했을 때 안전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과열방지시험은 전기차 운행 중 변화하는 배터리 온도를 조건으로 하며 보통 60℃ 정도에서 시험한다. 열충격시험은 저온까지 포괄한다. -40℃~60℃를 6시간씩 총 5회 반복하며 파열, 발화, 폭발 등의 여부를 검증한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배터리 안전성 검증 센터. 센터는 이달 24일 정식 개관했다. /사진=자동차기자협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최근 광주광역시에 친환경자동차·부품 인증센터를 열고 이 같은 전기차 관련 안전성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2만9932㎡ 부지에 배터리, 충돌, 충격동 및 화재시험챔버 등 총 4개의 시험동 마련했다. 평가 장비는 총 26종에 이른다. 화재시험챔버는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곳에서 친환경자동차 화재에 관한 연구과제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관련 인증도 진행할 구상이다.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에 전시된 전기차용 배터리./사진=자동차기자협회

주차 중 화재도 예방한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건 '주차 중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다. 여기서 말하는 주차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충전도 포함하지 않는다. 주행이나 충전 중 발생하는 화재에 대한 연구는 유럽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차 중 화재에 접근한 건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처음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다. 전기차 시동을 끄더라도 BMS는 일정 시간 작동하도록 조치해 배터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혹여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BMS가 배터리를 제어하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BMS가 확보하는 정보도 추후 분석할 수 있도록 제작사와 합의를 마쳤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3년 만에 3배나 늘어났다. 2020년 12건에서 2021년 15건, 2022년 33건으로 급증하더니 올해는 1~8월 사이 34건을 기록했다. 이 중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절반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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