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S그룹이 말레이시아에서 동박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 번 접었던 사업을 재착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요.
사실 LS그룹에게 '동박'은 아픈 손가락입니다. 지난 2017년 LS그룹은 계열사인 LS엠트론의 동박 사업부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사모펀드가 이를 인수해 SKC에게 넘겼죠. 경쟁사보다 빠르게 동박 사업에 진출했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았던 탓입니다.
당시로선 그룹 재무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와 이차전지(배터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박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졌고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LS전선 자회사인 LS EVC가 말레이시아 동박 사업을 위해 SK넥실리스와 손을 잡은 겁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840억원 규모 동박 원료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KC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앞서 LS그룹이 매각한 동박 사업부가 전신이기도 합니다.
LS그룹은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동박 사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얇은 구리로 음극재에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동박은 배터리 소재 가운데서도 기술장벽이 높다고 알려지는데요.
LS전선이 동박용 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목이 쏠립니다. 동박 원재료로 구리선 대신 '구리 조각'을 상용화하는 세계 첫 사례입니다. 제조 비용이 대폭 줄어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기술입니다.
공정 단축·원료 수급 해결…연 매출 1000억 기대
LS전선이 개발한 동박용 구리 신소재 '큐플레이크(CuFlakeTM)'는 원재료 가공 공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통상적으로 동박은 원재료인 구리선을 용해해 전기 도금 과정을 거친 뒤, 고객사 주문에 맞게 커팅돼 출하되는데요. 이보다 선행돼야 할 단계는 '구리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구리선을 만드는 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이른바 '스크랩'으로 불리는 금속 부스러기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세척하는 4~5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에 비해 큐플레이크는 간편합니다. 스크랩 용해, 불순물 제거 등 2~3단계 공정만 거쳐 조각 형태로 만들면 동박 제조에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크랩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동박 원재료인 구리는 도체의 기능을 갖춰야만 합니다. 저항을 '0'에 가깝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위해 구리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 방안으로 적용돼 왔습니다.
기존 구리선에 최상급 스크랩만 사용됐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복잡한 제조 공정상 품질 유지를 위해 고순도 스크랩이 필수였죠.
반면 큐플레이크에는 낮은 등급의 스크랩도 사용 가능합니다. 최상급 스크랩이 아니어도 고품질 큐플레이크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LS전선은 동박 제조사와 큐플레이크 샘플 테스트를 완료, 이르면 내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큐플레이크로만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LS가 동박에 진심인 이유
이러한 구리 신소재를 발판 삼아 동박 사업 역시 보다 구체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말레이시아 합작법인 외 향후 추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구심점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있습니다. 동박 사업을 매각하던 당시 LS엠트론을 이끌던 구 회장은 매각에 반대했으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지난해 그룹 회장으로 부임한 그가 배터리·전기차·반도체(배·전·반) 신사업 개척에 나선만큼 동박 사업 재시동은 이제 시작단계일 수 있습니다.
구 회장은 올해 초 'LS 비전 2030'을 발표, 배·전·반 신사업에 보다 속도를 내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LS그룹은 그 가운데서도 배터리를 가장 주력 사업으로 꼽으며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엔 배터리 소재 분야 진출을 위해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원료부터 전구체, 양극재, 충전, 폐배터리 재활용 등 수직 계열화를 이루는 게 LS그룹의 목표입니다.
동박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중장기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동박 수요가 2021년 27만톤에서 오는 2025년 75만톤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2021년 3조5000억원에서 2025년 10조원 규모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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