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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방한…AI 시대, 빅테그 거물들이 다시 바빠졌다

  • 2024.03.02(토) 15:00

[워치인더스토리]
올트먼·저커버그 잇따라 방문…10년 전과 닮은꼴
10년 전 모바일 대중화 경쟁…올해는 AI 상용화 화두
저커버그의 AGI 개발 선언…애플도 전기차에서 AI로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이번 주 국내 산업계의 이목은 한 명의 인물에 쏠렸습니다. 페이스북(현 메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요. 그는 지난 달 28일 LG전자의 조주완 대표이사에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잇달아 만났습니다. 다음날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커버그의 방문 만으로도 이슈를 만들기에 충분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전 세계 산업계에 불고 있는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단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방문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올해는 AI 상용화의 원년으로 여겨지는데요. 지난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한 이래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이에 질세라 수많은 AI 서비스들을 개발하거나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유독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반도체를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AI가 열고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곳곳에서 빅테크들의 동맹과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커버그의 방문 역시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고요.

10년 전 모바일 경쟁 격화에 저커버그·이재용 회동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건 지난 2013년 입니다. 그해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모두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와 삼성전자를 방문했습니다.

저커버그는 이후 2014년에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는데요. 당시에도 그가 인도와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을 잇달아 방문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올해의 경우 일본과 한국을 찾은 뒤 인도로 떠난다고 하죠. 10년 만에 다시 긴 여정을 소화한 셈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4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10년 전인 2010년대는 모바일폰이 대중화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였습니다. 실제 저커버그가 한국을 첫 방문한 2013년에는 페이스북이 HTC와 손잡고 야심 차게 페이스북폰을 선보인 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폰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거센 추격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던 때이기도 했고요.

올해의 경우 AI 시대가 열리면서 빅테크 업체들이 위기감 속에서 서로 동맹을 맺는 등 합종연횡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커버그가 LG전자를 찾아 확장현실(XR) 동맹을 맺고, 이후 이재용 회장과 재회한 것 역시 이런 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삼성과는 AI 동맹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LG전자, 애플 넘어설 'XR' 무기 만들까(2월 28일)

AI 생태계 주도권 싸움…메타·애플도 일단 AI 올인

앞서 올트먼이 한국을 찾아 LG와 삼성 경영진과 잇달아 만난 것 역시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는 환경에 맞서기 위해 빅테크 업체들이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관련 기사: 엔비디아 독주 막아라…요동치는 AI 반도체 시장(2월 24일)

저커버그는 앞서 지난 1월 한 인터뷰를 통해 AI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강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을 공식 선언한 건데요. 이를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 매입하고, 차기 생성형 AI '라마3'를 업계 최고 수준 모델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도 내비쳤습니다.

(왼쪽부터)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COO./사진=LG전자 제공

이번 방한 역시 이런 구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저커버그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삼성을 거론하며 협력 확대의 뜻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그는 "삼성이 파운드리(위탁 생산)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삼성과의 협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이날 미국에서는 애플이 그간 추진해 왔던 이른바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받았는데요. 이에 따르면 타이탄(Titan)으로 알려진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의 종료가 애플 사내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관련 인력들은 AI 부문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라고 전해졌습니다.

회사의 역량을 AI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실제 애플의 팀 쿡 CEO는 같은 날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AI의 놀라운 혁신 잠재력을 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모두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메타는 '메타버스'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사명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지만 결국에는 AI 기술을 고도화해야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더해지면서 AI로 회사의 전략을 급선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애플도 메타와 같은 맥락의 결정을 내렸다"며 "AI 기술을 고도화해야 자율주행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상용화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글로벌 산업계의 지도가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변화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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