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배구조에 변화의 광풍이 불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두면서도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알짜 사업인 '항공·방산·조선·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한화는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지주사인 한화로부터 영업양수를 통해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단순 조선소를 넘어 에너지 생산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에 더해 인적분할을 통해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을 거느리게 될 전망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항공·방산 사업 부문의 핵심이다.
해상·플랜트는 오션으로…'선택과 집중' 방점
4일 한화에 따르면 일부 사업을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에 양도하고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사업 구조개편을 단행한다.
한화오션은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다. 양수 금액은 총 4000억원 수준이다. 한화는 영업양도 목적에 대해 양도 사업 관련 자산, 매출 감소 및 주력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 등이 목표라고 밝혔다.
영업양수도와 함께 한화모멘텀을 물적분할해 2차전지 장비 사업 전문화를 추진한다. 한화에 따르면 한화모멘텀은 오롯이 2차전지 장비 사업에만 매진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향후 최소 5년간은 상장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 한화모멘텀이 가지고 있던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으로 옮겨진다. 한화는 태양광 장비 사업 양도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사업 양수로 차세대 태양광 기술 관련 장비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태양광 장비 관련 사업 수직계열화를 통해 고객 신뢰도 제고와 신규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전사적으로 혼재돼 있던 태양광 사업을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한화솔루션으로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태양광 사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싸늘한 시선에 한화 '정면반박'
한화의 이번 사업 개편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화가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에너지' 사업을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넘겨주는 구도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영업양수도에 따른 시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양 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오션에 육상 플랜트 사업이 어떠한 시너지를 가져올지에 회의적 시각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화오션은 이날 "이번 양수도 거래 가격은 한화와 한화오션이 각각 선임한 회계법인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평가한 가치평가에 기반해 산정했다"며 "유상증자과 사내 운전자금 등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풍력발전터빈설치선과 해상변전소 역량을 결합해 해상풍력 밸류체인을 완성할 경우 충분한 수익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풍력발전 사업은 현재 2.3GW 규모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플랜트 사업 매출은 6800억원, 수주 잔고 9500억원 수준이다.
한화에어로 '인적분할' 가능성도 김동관 중심에 무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지배구조 변경을 장남인 동관 차남·삼남인 동원(한화생명 사장), 동선(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계열 분리를 보다 명확히 하고,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김동관 부회장에게 핵심 사업을 완벽히 몰아주기 위한 마지막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백화점 사업부 '갤러리아' 부문의 인적분할을 확정한지 약 2개월 만에 다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며 "3세 경영 본궤도 진입 이후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 가능성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인적분할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미래 먹거리인 항공·방산·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선 인적분할로 장남의 품을 떠나는 한화비전 등 비(非) 방산 알짜기업은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몫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비전의 경우 CCTV 공급·제조 사업에서 업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래가치와 발생주의적 측면이 아닌 현금 조달과 지급 능력을 따져봤을 때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물적분할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니었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물적분할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컸던) LG에너지솔루션의 선례도 있지 않냐"며 말을 아꼈다. 이는 지배구조를 한 번에 바꾸는 입장에서 최대한 잡음을 내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인적분할은 주주 구성 변화 없이 회사만 나뉘는 수평적 분할로 기존 법인 주식을 비율만큼 감자한 후 신설 법인에 감자 비율만큼 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