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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家 차남 재판, 자꾸 바뀌는 진술에 '혼란'

  • 2024.07.16(화) 13:24

강요미수 9차 공판…핵심 인물 증언
"사임 받아달라는 취지로 '서초동' 언급"
"'효성 측 위법행위 리스트' 작성도 수행"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요미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과 관련, 검찰 측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가족들이 저지른 불법비리와 연루됐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조 전 부사장의 사임을 허락지 않자, 조 전 부사장은 변호사로 하여금 회사에 "사임을 받아주지 않으면 불법비리 관련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토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불법비리를 고발하겠다'고 요구하다 미수에 그쳤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주장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사임을 결정한 당시 그는 부친인 고(故)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 배포를 거부했고 검찰은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위법·부당한 경영 방침에 반발, 감사를 진행하는 등 내부시정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이에 사임키로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사임 이후 추문 등 유포 가능성이 있어 퇴사 관련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효성 계열사 대표들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 회장은 동생인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불법비리 희생양 우려…"강한 어조로 전달"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과 공갈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의 공판을 열고 공 아무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공 변호사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메시지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과 효성 임원 등에 직접 전달한 사람이다. 효성가 '형제의 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이날 그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매우 강한 어조로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행했다"며 "전달받을 사람별로 밀봉된 봉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노재봉 비서실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현상 부사장(현 부회장)을 만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비리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효성의 불법비리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 즉 '사임'이 전제였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재판의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이 '서초동'을 어떤 의도로 언급했느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사임을 위해 효성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실제로 불법비리 관련 자료를 넘길 의도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불법비리 자료를 빌미로 회사를 협박,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보고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공 모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도 이때문이다. 문제는 공 변호사의 진술이 자꾸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서초동 언급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랬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측의 반대 신문에서는 "불법비리 관련 조 전 부사장이 나를 자유롭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핵심 인물인 공 변호사의 진술이 상황에 따라 엇갈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쟁점을 두고 증인으로 나선 공 변호사의 입장이 자꾸 번복되는 만큼 공 변호사의 증언에 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2013년 10월 효성 비자금 수사 당시 조현준 회장이 1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홍콩 비자금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서에 쓰인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진술은 "홍콩비자금 계좌가 조현문 사장의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친형인 조 회장도 "조현문에게 속아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관련 자료가 있어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어 효성 측에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한 것도 맞지만, 이는 불법비리 고발 언급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게 공 변호사 증언이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의 사임서 전달'도 효성 임원을 만났을 당시 그가 맡은 역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조 전 부사장이 가족들의 '위법행위 리스트'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증언했다. 공 변호사는 "조 회장의 범행 정황이 인정된다면 어떤 법조항에 의해 어떤 죄로 몇 년 형이 성립할지 리스트로 정리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공익재단을 설립해 상속 재산을 모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두 형제의 협조를 촉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형제들에게 화해의 뜻도 함께 전달했다.

그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려 한다"면서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진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효성 경영권에 관심이 없으며,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가 보유한 비상장 법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게 형제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엮이지 않도록 공정거래법에 맞춰 정리되길 원한다는 것이 조 전 부사장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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