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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향후 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위해 형제들의 비상장 주식을 사들일 경우를 대비, 감정평가를 진행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기 위해 가족과 그룹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본인 지분 매각'이 아닌 '형제 지분 매입'을 고려했었다는 반대 취지 증언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당시 '계열분리'는 먼 미래, 비리고발이 우선"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과 공갈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의 12차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김장리의 김수창 대표변호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비리에 크게 분개했고 굉장히 엄격했으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관된 철학을 갖고 있었다"며 "그의 법률 대리를 맡아 진행했었던 계열사 회계장부 열람·주주대표소송·임원 배임죄 고소건 등은 이러한 취지에서 진행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제기한 소송이나 고소 중 (형제들간의) 교차지분 정리를 시도하는 내용의 건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효성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지분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증인 본인이 언급한 적이 있으나, 이는 먼 훗날을 대비하라는 차원이었다"며 "당시 소송은 교차지분과 직접적 관련 없고, 효성 비리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들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당시 효성은 조 전 부사장의 가정사까지 포함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루머로 공격했고 거기에 언론도 활용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조현준·현문·현상 효성 삼형제가 80:10:10 지분으로 나눠가진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동륭실업·신동진 등 효성 계열 3개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이어졌다. 이들 3사는 부동산 임대 및 매매 사업을 하는 계열사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은 조현준 회장 80%·조현문 전 부사장 10%·조현상 부회장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동륭실업은 조현문 전 부사장 80%·조현준 회장 10%·조현상 부회장 10%, 신동진은 조현상 부회장 80%·조현준 회장 10%·조현문 전 부사장 10% 등을 가지고 있다. 각자 하나의 부동산 회사를 독자경영 하되 다른 형제들이 10% 교차지분을 들고 있는 셈이다.
"동륭실업 떼내려면 형제 지분 사들이는 게 합당"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실권을 쥔 '동륭실업' 지분을 고가에 매도하려고 시도했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나머지 두 형제가 합계 20% 지분을 보유한 동륭실업은 공정거래법상 효성의 기업 집단에 포함된다. 효성과의 완전한 결별을 위한 지분 정리가 언급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를 놓고 지난해 10월 열린 직전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을 타깃 삼아 그룹을 압박하고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처분하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증인으로는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탈세 혐의 및 조 회장 횡령 혐의 등 재판에서 법률 대리를 맡았던 최측근이 출석했었다.
이번 재판에선 이와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증인은 "조 전 부사장의 소송 대리 및 자문을 맡은 동안 부동산 3사 지분 정리와 관련해 소송·제안하거나 효성그룹 또는 조현준 회장 측과 이를 위한 논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조 전 부사장의 주식을 얼마에 팔지를 두고 논의 대상으로 올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당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 집단의 범위에서 제외되기 위해선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갖는 지분이 10% 미만이어야 했다. 계열 분리를 먼저 요구했던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두 형제의 지분을 낮추는 방안이 제일 타당했다는 논리다.
아울러 당시 조 전 부사장 측이 형제들의 지분을 사들일 경우에 대비, 부동산 3사 보유 부동산 가치에 대해 감정평가를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이 본인 지분을 고가에 팔 생각이었으면 감정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었는지, 오히려 조 전 부사장이 조현준·현상 형제의 지분을 매입할 때 공정가치대로 사길 원해 확인했다는 게 타당한 흐름 아니냐"는 질문에 증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효성가 '형제의 난'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사임을 결정한 당시 그는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 배포를 거부했고 검찰은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위법·부당한 경영 방침에 반발, 감사를 진행하는 등 내부시정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이에 사임키로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사임 이후 추문 등 유포 가능성이 있어 퇴사 관련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앞서 2013년 10월 효성 비자금 수사 당시 조현준 회장이 1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홍콩 비자금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서에 쓰인 고 조석래 명예회장 진술이 "홍콩비자금 계좌는 조현문 사장의 것"이라는 내용에 기반한 추측이다. 친형인 조 회장도 "조현문에게 속아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관련 자료가 있어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효성 계열사 대표들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 회장도 동생인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