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 3의 고부가 가치 기술에 대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수십 년간 지속되는 가운데 특허청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를 확대했다. 또 특허청은 영업 비밀 침해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한·중, 기술적 경쟁 관계 격화 양상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조선 기술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승자가 독식하는 조선업 특성상 중국의 '제조 2025' 계획과 2020년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비전'은 국내 조선 빅 3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제조 2025'와 '제14차 5개년 계획·2035년 비전'은 고부가 가치 선박 건조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자적 공급망을 완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 빅 3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질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2020년부터 사실상의 기술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제한 기술로는 전기 추진 엔진, 핵심 선박 자재 생산 기술 등이 포함됐다.
또 국내 조선 빅 3는 고부가 가치 선박 건조 기술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엄수하고 있다. 비밀은 경중에 따라 노하우와 특허로 나눠서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를 해야 하는 반면, 노하우는 비밀 유지만 철저히 할 경우 공개 의무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국내 조선 빅 3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여러 첨단 기술에 관한 기술 탈취 시도가 있었지만, 특히 조선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건들을 보면 △2007년 기술을 중국 업체에 빼돌리려고 했던 건 △2016년 대표적 고부가 가치 선박인 LNG 선박에 대한 설계 도면의 중국 유출 미수 사건 △2020년 선박 관련 핵심 기술 자료를 중국의 경쟁 업체에 넘기려다가 국정원에 적발돼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 등이 있다.
기술보호 위해 특허청 나서다
이러한 중국의 '조선업 굴기'에 따른 기술 탈취에 맞서 특허청이 보호해야 할 국내 조선 빅 3의 총 특허는 올해 상반기 말 국내 등록 특허 기준 8823건(△HD한국조선해양 3604건 △삼성중공업 118건 △한화오션 5101건)이다.
특허청은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부경법)과 '특허법'에 따라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강화한다. 아이디어 탈취 행위 등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는 특허청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영업비밀 침해범죄·부정경쟁행위 위반 범죄의 경우 법인 가담률이 타 지식재산권 관련 범죄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해 특허청은 침해품과 제조설비까지 몰수토록 했다. 법인의 벌금형은 행위자에게 부과된 벌금의 최대 3배까지로 상향했다.
영업 비밀의 훼손, 멸실, 변경 행위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이 활용되는 국내 조선 빅 3에 대한 보호막도 두텁게 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영업 비밀을 부정한 목적으로 훼손·삭제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및 AI, 전동화 등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신기술을 선점하고 해당 기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을 보호해 확실한 수주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술탈취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제도를 현실에 맞도록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혁신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기술탈취 등을 방지하고 기술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