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 2막이 불붙은 가운데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군 일부의 자격 논란도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28일 고려아연 이사회를 상대로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 진출을 위해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군으로는 △권광석(전 우리은행장) △김명준(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변호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용진(서강대 교수, 전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김재섭(DN솔루션즈 부회장) △변현철(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손호상(포스코 석좌교수, 금속공학) △윤석헌(전 금융감독원장) △이득홍(변호사,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정창화(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홍익태(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 본부장)이 추천됐고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후보군 공개 직후부터 업계에서는 일부 사외이사들의 과거 논란과 복잡한 평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 면면이 화려하긴 하지만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등 부정적인 이력을 가진 후보군도 눈에 띈다"며 "사외이사 겸직 논란을 빚을 수 있거나 과거에 빚은 인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투자 전문가로 평가되지만 부행장 근무 시절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대법원 확정 판결문에서 드러난 바 있다. 1차 면접에서 불합격자로 분류됐던 채용자를 점수 조작으로 통과시켰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심 판결문 범죄일람표에는 사건 당시 부은행장의 채용 청탁 사실이 적시돼 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 행장의 경우 연임 여부가 논의되던 시점에 '블라인드 사건'을 포함한 몇몇 논란이 발생하면서 도덕성과 평판에 일부 타격을 입은 전력도 가지고 있다. 권 전 행장 측은 조작된 자료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후 사외이사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으면서 연임에는 결국 실패했다.
일부 후보군의 사외이사 겹치기 논란도 제기된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현재 CJ대한통운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과거 교수 재직 시절 8곳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5곳은 겸직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윤 전 원장과 김병주 MBK 회장과의 오랜 인연도 조명되고 있다. 윤 전 원장이 첫 사외이사를 한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대주주로 있던 한미캐피탈을 MBK에 매각했다. 또한 그의 사외이사 겸직 신고가 누락됐던 HK저축은행과 ING생명 모두 MBK가 투자한 곳으로 이번에도 우군으로 고려아연 사외이사 후보에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