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공개매수에 이어 임시주주총회를 향한 2라운드로 접어든 가운데 고려아연이 30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신탁계약이 맺어져 있는 자사주 일부를 우리사주조합 등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9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구체적인 안건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중인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관측 배경에는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 이후에도 여전히 MBK-영풍 연합과의 의결권 경쟁에서 뒤지는데다 MBK측이 청구한 임시주총 소집이 결국 허용될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 결과 233만1302주(발행주식총수의 11.26%)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204만30주(9.85%)를 자사주로 사들였고, 베인캐피털은 29만1272주(1.41%)를 매입했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이미 소각 계획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최윤범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이 확보한 1.41%만 추가 우호지분으로 확보했다. 기존 우호지분으로 분류해온 현대차·한화·LG화학 등을 모두 포함한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35.42%로 늘어났다. 먼저 공개매수를 끝낸 MBK-영풍연합은 38.47%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향후 이사선임을 놓고 맞붙을 임시주총은 의결권을 기준으로 결과가 나뉜다. 소각 예정인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는 최윤범 회장 측이 40.34%(경원문화재단 제외), MBK-영풍은 43.87%로 여전히 3.53%포인트 격차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이번에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가 아닌, 기존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해둔 자사주 일부를 처분해 의결권을 되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직원 백기사' 카드 나오나(10월 17일)
고려아연은 지난 5월과 8월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 각각 28만9703주(1.4%), 20만9993주(1.01%)씩 총 2.41%(49만9696주)의 자사주를 확보하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위 유권해석을 종합하면, 해당 자사주는 내년초까지 처분이 제한된다. 연속적인 신탁계약 체결시 마지막 계약(8월)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처분 가능하다.
다만 임직원에게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나눠주거나,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경우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에 신탁계약을 체결해 11월초 계약이 만료되는 1.4%(28만9703주)가 대상이다.
만약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사주 임직원 상여 또는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을 결의, 5월 취득한 자사주 1.4%의 의결권을 되살린다면 최 회장 측 의결권은 41.28%로 늘어난다. MBK-영풍의 의결권 43.18%와 1.9%포인트 격차로 좁혀진다.
이에 대해 MBK 측은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면서, 고려아연이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행위"라며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고, 이미 확고한 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