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정부에 신청한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29일 중앙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위원회)와 배터리전기전자과·기술보호과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부에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을 동시에 신청했다. 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산업부의 사전 승인 없인 해외로 고려아연 기술을 유출할 수 없다
작년부터 산업부는 고시 제2023-108호와 제2024-114호를 통해 전기전자 분야에서 리튬 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소재(전구체 포함) 설계, 제조 및 공정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미 전구체 부문은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은 것이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의 방패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고려아연은 산업 기술을 침해받을 경우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나 예방을 요청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를 적대적 인수합병(M&A)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행위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핵심 기술로 지정된다면 인수합병이나 기술의 해외 반출 등 핵심 기술과 관련한 모든 내용은 산업부 전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고 난 뒤 회사를 매각하는 출구전략 때도 허들이 있다.
첨단전략기업 지정 전에 경영권을 가져가든 후에 가져가든 상관없이 국가첨단전략 기업으로 고려아연이 지정되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전략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자산으로, 산업 성장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며 "정부가 기술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