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두산 지배구조 개편 '진통'…속도냐 실익이냐

  • 2024.12.04(수) 06:50

에너빌리티, 12일 주총서 합병분할 결정
"분할합병하면 주주 손해…매각이 유리"
"지분 매각금액 다과보다 투자속도 중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상장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안건이 오르는 오는 1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다. 이번 개편안 반대 측에선 두산밥캣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두산 측은 구조개편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분할이 최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주주 실익이 우선

오는 12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 주총을 열고 분할합병계약서 승인 의안을 결정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사업부문(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의안이다. 두산밥캣의 주인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뀌는 것이다.

반대 측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한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산밥캣을 분할합병 방식으로 이전하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을 분할합병이 아닌 공개경쟁입찰로 매각하면 46% 더 높게 회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산밥캣의 주당 가치가 분할합병 때는 7만2729원, 공개경쟁입찰 땐 12만9347원으로 차이가 확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분할합병에서 주주들이 수 조원대 손해를 본다는 주장의 근거다. 

아울러 두산밥캣 이전 대가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는 것도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주가와 매출을 비교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을 보면 두산로보틱스은 100배에 이른다. 주가가 매출의 100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저평가된 두산밥캣 주식을 주고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는 것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개입찰로 현금을 받는 것이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의결권 자문사 ISS도 단순하고 효과적인 현금거래가 아닌 복잡한 분할합병 거래를 선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회사 투자 속도가 우선

두산 측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최근 'ISS 리포트 오류 반박 서한'을 통해 분할합병 방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두산 측은 "현재 경영 환경에서 두산밥캣 지분 매각금액의 다과(많고 적음)보다는 투자의 속도와 타이밍이 사업성과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의 이전 과정에서 몸값을 따지는 것보다, 빠르게 딜을 마무리 짓는 것이 그룹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회사 측은 "거래의 확실성과 신속성이 보장되는 분할합병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가스터빈 투자, SMR(소형모듈원전) 소재 확보, 대형원전 케파 확보 등을 위해 매년 최소 500억~6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적기에 신속한 투자가 진행됐을 때 비로소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선 밥캣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직원들이 동요해 사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지분매각은 아주 긴박한 상황 아니면 함부로 선택할 옵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등은 이 같은 두산그룹의 논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주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