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2년 전 고려아연과 맺은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했을 당시 MBK와 영풍이 올해 초부터 고려아연을 타깃으로 공개매수를 준비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언급된 것이 주목받고 있다.
MBK와 영풍은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했고 이후 "MBK파트너스는 연초부터 고려아연을 다음 타깃으로 점찍어 전열을 다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올 초부터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외에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실패해 자존심을 구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반년 이상 칼을 갈며 공격을 준비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논의는 올해 초부터, 영풍이 먼저 문을 두드리며 시작됐다는 점을 봐도 짐작할 만하다" 등의 내용도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와 관련해 MBK가 각종 검토를 일찍부터 해왔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발언이나 내용들은 김병주 회장 등 MBK의 주요 최고경영진과 맞닿아 있어 신빙성이 더욱 높다"며 "MBK가 고려아연과 맺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법적 처벌 가능성도 대두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등에 따르면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고려아연으로부터 내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다. 계약일은 지난 2022년 5월 17일로, MBK는 이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인 고려아연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 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MBK와 영풍이 올해 초부터 M&A를 논의했다면 비밀 유지 계약 기간을 위반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차이니즈 월(금융투자회사의 내부 정보유출 방지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을 들어 M&A 진행 부문과 비밀유지 계약 체결한 부문이 서로 분리돼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두 부문 간 정보 교류가 차단돼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