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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과반, 사모펀드에 '부정적' 인식…"산업 경쟁력 해쳐"

  • 2024.12.24(화) 14:08

리얼미터 '사모펀드 및 기업 M&A 국민인식 조사'
57.5% '부정적'…'고려아연 장기성장성 훼손' 60%대

국내에 사모펀드(PEF)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모펀드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인식이 컸다. 최근 사모펀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래픽=비즈워치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7.5%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21.9%)보다 세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한 매체와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응답은 19%였다. 

사모펀드들이 기업에 대한 인수 과정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1.1%에 달했다.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그쳐 기업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이 내세우는 명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상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일부 사례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크게 주목받았던 고려아연 사례를 비롯해 한진칼과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 곳곳에서 사모펀드 개입으로 갈등이 격화하면서 우려의 시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요 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거나 경영권 승계 등 잠재적 갈등 요인이 있는 경우 언제든지 사모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고려아연 사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단기차익 실현 등을 추구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장기적인 성장성 훼손될 것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0%(60.5%)를 넘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5%에 불과했다.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중국 등 해외로 매각하거나 기술과 핵심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4.8%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22.8%였다. 

이런 여론은 사모펀드가 단기 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단기 실적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핵심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과도한 비용 절감 등의 논란이 매번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더 지배적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순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한다. 민간자본을 활용한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는 유동성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등을 통해 강제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것보다 사모펀드를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순기능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받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가 스스로 투명성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 감시 기능 및 관리 감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하다"며 "다만 사모펀드의 영향력 만큼 부작용 우려도 커 덩치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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