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M&A 시도가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MBK 측의 해명에도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MBK 회장이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의장 역할을 하는 외국인 김병주(Michael ByungJu Kim) 회장은 모든 경영진 가운데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고 대표업무집행자 부재훈(Jay H. Bu) 부회장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빼놓은 채 고려아연 이슈를 주도하는 인물이 다른 사람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M&A를 진행하면서 이를 기타 임원들이 주도할뿐 회사의 대표이사격인 부재훈 부회장과 조직 전체를 총괄하는 김병주 회장은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핵심적인 권한과 직책을 가진 인물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역할을 축소해 설명하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려아연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도 MBK가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MBK 측은 한국 법에 의거해 세워진 국내법인이며, 주요 주주와 투심위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법 조항에 따른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는 외형이 국내법인인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투심위 구성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해명도 회사 지배구조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설명과는 동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제18조의 2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에서 '외국인 투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외국인인지 여부'다.
또한 스스로 인정했듯 MBK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는 투심위이다. 이 투심위에서 김병주 회장은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인 투자와 투자금 회수 결정에 대해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김 회장이 보유한 '비토권'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해명을 내놨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부분의 투심위 멤버가 찬성해도 외국인인 김 회장이 그 결정을 뒤집거나 멈출 수 있는 건데 어떻게 소극적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를 위해 고려아연 인수에 나섰다"고 답변을 내놓기도 했는데 업계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최종 결정한 인물이 사실상 김 회장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더불어 MBK 투심위 의사결정구조 역시 권력이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MBK 투심위는 주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구성원 전원이 아닌 일부 인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K 역시 투심위 구성원이 총 11명이며 외국인 4명과 내국인 7명으로 구성된다고만 밝히고 투표권을 가진 인원과 국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편, MBK는 지난 2016년 4월 인수해 그해 11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된 두산공작기계를 중국에 매각하려고 시도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2019년 중국 기업에 두산공작기계 매각 여부를 정부 당국자와 관계기관 등에 수차례 문의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국가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을 비싸게 팔려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MBK는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전 협의를 통해 중국 기업과는 구체적인 매각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