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MBK가 '차이니즈 월'을 들어 비밀유지계약 위반 사안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MBK가 계약 기간 내 M&A를 준비했다면 NDA에 일부 저촉되는 것이 분명하며 김병주 MBK 회장의 역할이나 세부내용 상 MBK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MBK 측은 고려아연 신사업 투자와 관련한 자료에 대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5월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석 달여 뒤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M&A에 나서면서 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2022년 고려아연의 투자 제안을 받은 곳은 '스페셜 시츄에이션스' 부문이었고 고려아연의 M&A를 진행하는 곳은 '바이아웃' 부문으로 각기 다른 법인이자 운용주체라고 반박했다. '차이니즈 월'로 내부 정보 교류가 엄격히 차단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밀유지계약 대상이 되는 정보가 IR자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자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사업 관련 자료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MBK가 비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20개 조항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MBK 측에 제공된 여러 자료들 중 핵심은 112페이지에 달하는 프로젝트 트로이카 자료인데 핵심기술의 종류와 내용, 역량을 비롯해 기업가치와 각종 밸류에이션 평가 내용 등 미공개정보와 기밀 정보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의무나 외부 견제 등을 거의 받지 않는 사모펀드 특성 상 자체적인 정보차단 장치가 실효성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김병주 MBK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MBK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사무소뿐 아니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주체인 MBK홍콩에서도 파트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MBK파트너스 지분 16%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의 경우 MBK파트너스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을 맡으면서 비토권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비밀유지계약의 존재와 대상이 되는 정보,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와 바이아웃 펀드에서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MBK파트너스 A부회장의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서 소수지분 투자와 사모 대출 등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에 대한 전략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A부회장은 B부회장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공동 대표업무집행자를 맡고 있다.
대표업무집행자로서 바이아웃 펀드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보를 사실상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지 않냐는 의구심이다. NDA에 서명한 또 다른 인물인 홍콩인 C 파트너 역시 MBK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투자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업무 영역과 역할이 중복되는 인물들이 다수이고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할 경우 차이니즈 월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밀유지계약 세부내용 상 서명 주체인 MBK홍콩뿐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이 해당 비밀유지계약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MBK의 '칸막이'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비밀유지계약의 효력이 유효한 기간인 6월 이전에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준비했는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