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A를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의 '외국인 투자자' 여부를 두고 연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MBK 측의 부인에도 MBK에 대한 외국인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관련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20일 정치권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MBK에 대한 외국인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이 지분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김 회장이 모든 투자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과 함께 비토권이라는 거부권까지 행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MBK의 경영과 투자,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김병주 회장과 부재훈 파트너, 민병석 파트너의 영문명은 각각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 제이 에이치 부(Jay H. Bu), 브라이언 병석 민(Bryan Byungsuk Min)이다. 모두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 국적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김병주 회장은 시민단체에 의해 외국 국적을 활용한 역외탈세 의혹으로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지난 국감에서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김광일 MBK 부회장을 상대로 세금포탈,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고 MBK 측이 국세청에 의해 추징당한 사실을 실토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인척으로 알려진 제이에이치 부 파트너는 대표 등기임원 중 한 명이고, 브라이언 병석 민 파트너 역시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중책을 맡아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주 구성 상 MBK 주요 주주는 윤종하 부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으로, 각각 지분 24.7%씩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우리사주조합(17.4%)과 김병주 회장(17%), 다이얼캐피털(16.2%)이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이 외국인인 점, 다이얼캐피털이 역시 해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점을 고려했을 때, 외국 관련 지분만 최소 33.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세부 구성원들이 누구인지, 국적이 무엇인지 베일에 싸여 있다.
회사에 대한 지배력과 경영 영향력 측면에서도 외국인인 김 회장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MBK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으로 모든 투자 사안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투자 단행과 엑시트 결정은 투심위를 거쳐야 하는데, 김 회장은 투심위 '의장'으로서 모든 결정에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회장이 비토권(거부권)을 보유한 점도 주목된다. 투심위는 위원회 멤버 3분의 2가 찬성해야 안이 통과할 수 있는데, 김 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찬성해도 김 회장이 '반대'하면 투자를 진행할 수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투자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투심위 구성과 관련, 최근 언론에 보도된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SSF) 내부 자료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투심위 멤버가 모두 외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성원으로 나와있는 김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브라이언 민(Bryan Min) 파트너 등 세 명 모두 외국인이며 스티븐 러(Stephen Le)라는 이름의 파트너는 국적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거주지가 홍콩으로 전해진다. 러 파트너는 중국에 깊숙히 관여하며 MBK가 투자한 중국 베이징 렌터카 회사 카(CAR)의 비상임이사로 알려졌다.
등기임원진에서도 외국인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4명의 등기임원 중 대표 업무집행자는 외국인으로 알려진 제이에이치 부 부회장이다. 핵심경영진인 C레벨에서도 외국인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MBK가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C레벨은 두 명으로, 이 중 한 명인 COO가 외국인인 브라이언 병석 민 파트너다. 특히 COO가 기업 운영을 총괄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MBK의 경영과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 관련 제도가 국내보다 더 발달한 미국에서는 MBK처럼 외국인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외국인'으로 분류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따르면, 외국인이 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은 외국인으로 간주된다. 단순한 지분율뿐 아니라 의결권과 경영 참여, 정책 결정 권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통제력을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MBK처럼 주주 구성과 경영 참여 및 정책 결정 권한 등에서 외국인의 통제력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외국인 통제 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