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내년부터 미국 해군을 대상으로 MRO(유지보수·수리·운영) 수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탄핵정국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수주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MRO는 HD한국조선해양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MRO 수주 본격화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부터 미 해군의 최정예 함대인 제7함대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속 배치 함정에 대한 MRO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MRO 사업은 10척 내외의 함정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컨설팅 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 Sullivan)의 글로벌 함정 시장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30년 전체 특수선 시장의 40%(392조원)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의 경우 함종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건당 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선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필리핀의 MRO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각국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라며 "첨단 기술 기반의 함정 솔루션을 통해 관·군과 협력해 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의 특수선 부문 목표는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다. 지난 7월엔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함정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에 수상함과 수중함의 플랫폼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해 MRO부터 건조, 운영까지 특수선 생애 주기를 한 조선소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각국 해군은 저마다 다른 요구를 가지고 있다"며 "HD한국조선해양은 모든 요구를 통합 플랫폼으로 결합해 최적의 해양 안보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MRO로 눈 돌리는 이유
HD한국조선해양이 내년부터 해외 MRO 수주에 눈을 돌리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트럼프 정부의 러브콜과 HD한국조선해양의 신사업 확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한국의 세계적 건조 군함과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 조선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미국에선 조선업이 사양사업의 길을 걷고 있지만 보안이 필요한 군사 MRO 아무에게나 내어줄 수 없는 시장이다. 전 세계적인 조선 기술력을 갖추고 안보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수선 부문을 키우는 HD한국조선해양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울산급 배치-Ⅲ 선도함(1번 함)을 해군에 인도했고, 내년에 이지스 구축함 사업 2번 함인 다산정약용함(KDX-III Batch-II)을 진수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특수선 도크(dock·선박건조대)를 새롭게 채울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 수주는 녹록지 않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호주 정부의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탈락했고,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은 탄핵정국에 사업자 선정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미 해군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국 해양 방위의 핵심인 KDDX 사업 또한 순리대로, 사업 추진전략에 따라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