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강민경 기자]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에 공급할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양산을 시작했다"며 "다수의 글로빅 빅테크 기업과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이고 FC-BGA를 조(兆)단위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일단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고, 향후 FC-BGA 시장을 보다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등 외부 협력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C-BGA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부가 기판이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80억달러(약 11조69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9600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22년 FC-BGA 시장에 뛰어든 지 2년여만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 양산에 돌입했다.
미래 먹거리 유리기판 사업에도 뛰어든다. 유리기판은 2~3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기판이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두께가 얇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소비 전력도 낮출 수 있다. 전기 절연성도 높아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다. 이에 AI 반도체에 특히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LG이노텍은 올해 말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2~3년 후부터 통신용 반도체에서 유리기판이 쓰이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주로 서버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당사도 장비 투자를 통해 올해 말 유리기판 시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리기판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많은 업체가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단계인데 늦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주력해 온 카메라 모듈은 '이원화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부가 부품은 국내 구미 공장, 범용 제품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AI·디지털 트윈 등 경쟁사 대비 앞선 DX 제조 역량 역시 공정에 빠르게 확산해 원가 경쟁력을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문 대표는 "최근 베트남 공장이 준공돼 올해부터 시작해서 내년과 내후년 즉 2~3년 사이 베트남으로 (카메라 모듈 물량이) 이동할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아직 감가상각비가 남아 있어서 중국과 조금 가격 경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생산 기지 증설은 계획대로 추진하다는 방침이다. 이어 전장부품과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멕시코 신공장을 올해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미국 생산 비용이 워낙 높아 25% 관세를 내더라도 멕시코가 저렴하다"며 "멕시코에서 관세를 덜 내는 방향이 가능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표는 AI 시대 급성장 중인 휴머노이드 분야 개발 현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로벌 1위 카메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관련 주요 리딩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 중"이라며 "이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CES 기조연설에 등장한 14개 휴머노이드 파트너사 중 절반 이상과 연구개발 협력을 하고 있고,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면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