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바비킴의 '고래의 꿈' 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석유'로 바꾸면 최근 우리나라 상황과 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브리핑까지 하며 산유국의 꿈을 꾸게 만들었습니다. 경상북도 영일만 제8광구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 존재 가능성을 알리면서입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는 직접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에 그친 것이죠. 다만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희망을 완전히 버려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데요. 단순히 해프닝으로만 넘기진 말자는 조언도 눈에 띕니다.

일장춘몽 된 '산유국'의 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돌아다니는 유머 중에는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께서 터를 잘못 잡으셨다'는 말과 '한반도에 살던 공룡들은 무엇을 했나'라는 말 입니다. 두 말에는 경제성이 뛰어난 천연자원을 한반도에서 생산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자원의 힘은 대표적인 천연자원인 석유를 통해 이미 역사에서 증명됐습니다. 중동의 일부 국가들이 석유 생산을 바탕으로 강력한 부와 함께 막강한 경제력을 휘두릅니다. 석유를 무기화 했던 1970년대의 오일쇼크가 대표적입니다. 비단 석유 뿐만 아니죠.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 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나서는 중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유머처럼 천연자원 부족에 대한 아쉬움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나름 천연자원국입니다. 보유 중인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동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경제력' 입니다. '종류'는 많지만 실제로 캐낼 수 있는 양이 적은 경우가 많고 양이 많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져 채굴할 수록 손해를 보는 거죠.
이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브리핑은 시선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지난해 6월 브리핑을 통해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 일대 제8광구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 존재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뒤이어 정부는 140억 배럴이 모두 석유일 경우 당시 기준 약 2270조원의 가치를 지닌다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고 덧붙이기까지 했었죠.
한국석유공사는 우리나라의 석유 및 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유망구조) 7개로 구분하고 각 지역에 오징어, 명태 등 해양상물 이름을 붙인 바 있습니다. 당시 발표됐던 지역에는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붙었죠. '고래의 꿈'이 사라진 겁니다.
한여름 밤의 꿈 완전히 사라졌나?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대왕고래를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석유나 가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상 석유와 가스같은 자원은 그 품질이 시장에서 먹힐 정도인가(경제성)를 따져보고 이를 채취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 대비 거둘 수 있는 수익이 더 많은가(채산성)를 보게됩니다. 즉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산업부 측의 이야기는 석유나 가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품질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이후부터 업계에서는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정무적 영향에 휘둘렸다는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지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경제성 혹은 채산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기 전 성급하게 발표를 했다는 거죠.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된 이후 업계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라며 "결국 정치논리에 의한 대국민 발표가 아니었겠느냐"라고 전했습니다. 정무적인 판단에 의한 여론 뒤집기 용으로 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기름을 이용했다는 거죠.
그러나 완전하게 산유국의 꿈을 접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적 이슈만으로 이번 시추 실패 결과만 살피며 폄하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일례로 21세기 이후 발견된 유전 중 최대 규모라고 불리우는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 유전의 경우 14번의 시추에 걸쳐서 채굴에 들어갔다고 알려진 만큼 완전한 포기는 이르다는 얘깁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해외 유전개발 사업들이 시추를 하면 여기서 확보한 시료를 가지고 분석해 기존에 있었던 물리탐사 자료의 오차를 수정하고 보정을 통해 성공률을 높여가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무적 이슈 배제하고 실효성 다시 따져봐야
정부는 동해의 추가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지속하되, 앞으로는 해외 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해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100%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여기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윤석열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한 탓에 추가 예산을 들이는 것에 대한 야당의 부정적인 기류도 한몫을 했죠.
가정이기는 합니다만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은 이후 경제성이 높은 석유 등이 발견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아쉽게 됩니다. 자원의 소유권을 온전히 주장할 수 없게 되면서죠. 가이아나 유전만 하더라도 유전에 대한 탐사, 개발 등을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이 주도하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국내 정유업계 등에게 투자를 종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곳에 국내 기업의 팔을 비틀어 수천억원의 비용을 요구하기 어려워서죠.
업계에서는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실제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천연자원 특히 화석자원은 단순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를 뒤흔들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으니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해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리스크와 기화가 공존하니 이를 우리 스스로 안배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는 거죠.
가이아나의 경우 석유 채굴을 시작한 이후 연간 GDP 성장률이 5~6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자원이 가지는 힘 자체는 분명합니다. 이번 시추 실패를 한낱 '꿈'으로 폄하하는데 그치지말고 '반면교사' 기회를 찾아볼 여지도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