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다시 추진하며 미국 해군 함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인수 시도 무산 이후 지분 확보로 방향을 바꿨으며, 호주 정부 승인만 받으면 오스탈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18일 한화는 전날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도 체결했다. TRS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수익과 손실만 수취하는 금융 계약이다.
이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오스탈 지분 19.9% 투자 승인을 신청했다. 이번 투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 40%씩 출자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진행됐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위해 현지 법인에 총 3370억원을 투입했다.

오스탈 재공략…한화, 두 번째 승부수
한화의 오스탈 인수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약 9300억원(10억2000만호주달러)을 제시하며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스탈 경영진과 호주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한화는 오스탈 전체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정부 승인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경영권 확보 대신 지분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고 투자 규모도 3370억원으로 조정했다. 지분 19.9%만 확보해도 현재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지분 17.09%)를 넘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다. 한화는 지분 확보와 함께 이사회 1석 확보를 추진해 경영 참여에 나설 계획이다.
오스탈은 호주 헨더슨과 미국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필리핀, 베트남 등 주요 거점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사로, 수주 잔고만 142억 호주달러에 달한다. 미국 내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점유율 40~60%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알루미늄 선박 중심에서 강철선 건조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오스탈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글로벌 방산·조선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만큼, 오스탈 투자까지 더해지면 미 해군 함정 시장에서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은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 및 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로서 오스탈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고, 호주 현지 방산 및 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