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에 자금을 투입한 국민연금이 9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 향후 MBK가 법적 제재를 받을 경우 국민연금이 MBK와 기존에 맺었던 3000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취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홈플러스 투자 손실액을 묻는 말에 "2015년 홈플러스에 투자했다가 현재 받아야 할 돈이 공정가치(시장가격)로 9000억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날아가는 건가?'라고 묻자 "손실이 확정되면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상 투자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차입매수(LBO), 이른바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자산 매각 등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사모펀드에는 기금을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운용사가)투자할 때 매출을 증가시키거나 기업의 여러가지 역량을 강화시켰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고, 자산을 매각해서 성과를 제공한 곳에 대한 평가가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자산 매각에 따른 성과를 갖고 운용하는 곳은 거래하지 않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0년 전 홈플러스 대주주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5826억원을 투자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에 투자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돈이 한국리테일투자의 홈플러스 인수대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후 국민연금은 배당 등으로 RCPS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으나, RCPS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약정에 따라 받아야 할 돈이 9000억원가량으로 늘어났고, MBK와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손실 위기에 처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MBK에 법적 제재가 있을 경우 현재 약정한 투자금까지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K에 대한 투자 재검토'를 요구하자 서 본부장은 "투자를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은 법적으로 제재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국민연금은 2011년부터 MBK가 조성한 펀드에 꾸준히 출자하며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했고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향후 금융당국이 MBK의 홈플러스 사기 채권발행 의혹 등을 조사한 뒤 제재에 나서면, 국민연금이 MBK와 약정한 3000억원 투자를 취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MBK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할 당시 공고문에 "법령 위반으로 운용사 사모투자 부문에 대해 감독기관의 조치예정사전통지 등을 받은 경우 (위탁사) 선정 이후에도 선정 취소할 수 있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19일 국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MBK와 홈플러스의 사기 채권발행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