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시간을 내서 힘들게 왔는데 들어가지도 못하니 속상하네요."
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 이날 이른 아침부터 포스코센터 모든 출입구는 원천 봉쇄돼 노조원들과 안전요원이 대치하고 있었다. 노조가 과도한 방해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 노조원들의 주총 입장을 통제한 탓이다.
하지만 노조원의 모든 이들의 입장을 막은 것이 문제였다.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은 포스코센터 입구를 배회하며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분당에서 주총 참석을 위해 왔다는 한 주주는 "매년 오는데 해마다 이렇다"며 "이런 상황이면 일정을 변경해 주주들한테 안내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오전 9시, 주총이 시작됐지만 모든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1000만원 이상의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갖고 있다는 70대 주주는 "7시30분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8시에 문을 여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9시가 돼도 문을 안 열어줬다"고 하소연 했다.
주총이 끝날 무렵인 10시께까지도 대치 상황은 이어졌다. 내부로 들어가려는 노조원과 안전요원의 몸싸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심지어 건물 입구가 모두 통제돼 출근하지 못한 임직원들도 수두룩했다. 포스코센터 근처 한 카페는 들어가지 못한 포스코 직원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 직원은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외부 소란 속에서도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회장의 재선임(3연임) 조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비롯해 주요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금까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은 사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별된 인원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보통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주총 출석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다.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특별결의 요건이 추가되면서, 3연임 시 주주총회 가결 정족수가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강화됐다.

이는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임과 관련된 규정이 없어 역대 회장 상당수가 회장직을 연임한 바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회장 선임 때마다 외풍 논란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를 받아왔다.
이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정관 변경에 대해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연임 자격 검증을 강화하고 주주의 높은 지지를 기반으로 회장에 선임됐다는 인식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포스코홀딩스는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도 가결했다.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와 손성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신임 사내이사로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 천성래 사업시너지본부장을 선임하고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CTO, 최고기술책임자)을 재선임했다. 또 지난해 연말 배당금으로는 2500원을 확정했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은 철강공급 과잉과 전기차 캐즘 등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는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철강사업 재건과 에너지소재사업 경쟁력 확보 등 그룹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은 철강 설비 강건화와 효율화, 해외 성장 투자 성과 창출, 우량 리튬자원 선제적 확보 등 핵심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장기 성장 구조를 구축하고 견조한 이익을 창출하며, 지속적인 구조 개편으로 자본 효율성을 올려 경영성과 증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