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네트웍스가 체질 전환 분기점에 섰다. 올 1분기 실적은 주춤했지만 렌터카 사업 매각 이후 재무 구조를 대폭 개선,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역·가전·호텔·리사이클 등 기존 사업에 AI를 결합해 밸류체인을 재편하고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부터 생성형 플랫폼까지 기술 내재화도 병행 중이다.
AI 기술 내재화…전 자회사에 전략 확산
SK네트웍스는 최근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367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1%, 15.6% 감소한 수치다. 순손실은 54억원으로 파악,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무역 사업의 거래 품목 재편 및 AI 신사업 투자를 위한 SK매직의 선제적 비용 집행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SK매직은 영업이익 176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규모다.
이번 분기 실적에는 지난해 대규모 자산 효율화 작업의 후속 효과도 반영됐다. 지난해 8월 SK네트웍스는 수익성 둔화와 높은 차입 부담을 안고 있던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매각하며 포트폴리오 리빌딩에 나섰다.
이에 2023년 말 5조원이 넘던 총차입금은 올해 1조8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부채비율도 322%에서 156%로 절반 이하로 개선됐다.

SK네트웍스는 2026년까지 ROE를 3.5%+α, 영업이익을 2023년 대비 3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기 재무 목표를 세우고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AI 기술을 보유 사업 전반에 융합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모듈형 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기반 제약산업 특화 AI 솔루션 '케이론(Cheiron)'을 선보인 실리콘밸리 기반 AI 스타트업 '피닉스랩'은 현재 20여개 제약사에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동시에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NAMUHX)'의 AI 엔진 개발도 맡고 있다.
기존 자회사들도 AI 전환 작업을 병행 중이다. 워커힐은 챗GPT-4o 기반의 대화형 안내 서비스 '워커힐 AI 가이드'를 도입, AI 기반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 중이다. SK스피드메이트는 지난해 독일의 자동차 데이터 전문기업 DAT와 제휴를 맺고 사고 차량 정비에 AI 기반 자동 견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민팃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무인 휴대폰 검수 시스템을 도입해 중고폰 등급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거래 신뢰성을 강화했다. 데이터 전문기업 엔코아도 기업 데이터의 자산화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와 연계 가능한 B2B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AI 기술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AI 기반 신규 제품과 솔루션은 단기 수익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확장을 이끌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네트웍스는 안정적인 재무구조 위에서 미래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밸류체인 결집…'나무엑스' 전면 배치
SK네트웍스의 AI 전략을 상징하는 브랜드는 단연 '나무엑스(NAMUHX)'다. SK네트웍스의 AI 전략 방향성 아래 자회사인 SK매직의 기술 자원을 바탕으로 탄생한 웰니스 로보틱스 플랫폼이다. 기존 SK매직 제품군과는 차별화된 혁신적 기능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쇼케이스를 통해 첫 제품 'A1'을 공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1은 실내 환경을 스스로 분석해 오염된 공간으로 이동, 공기를 정화하는 AI 기반 모빌리티 공기청정기다. 비접촉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 산소포화도 등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고정형 공기청정기 대비 정화 효율은 80% 이상 높고 청정 속도는 3배 이상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개된 티저 영상은 누적 조회수 900만회를 넘기며 B2C와 B2B를 아우르는 시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식 출시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향후 미국과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 중심엔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최성환 사장이 있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이자 오너 3세로서 SK네트웍스의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나무엑스와 피닉스랩의 EA(Executive Advisor)를 겸직, 기술 철학 수립부터 제품 런칭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 '하이코시스템' 구축, AI 밸류체인 확장 전략 등도 그의 손에서 출발했다.
실제 나무엑스 쇼케이스 현장에서 최 사장은 웰니스 로봇을 직접 공개하며 "이제는 사람이 기술을 쫓는 시대를 넘어 기술이 사람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제품 설명을 넘어 ‘AI 민주화를 통한 인류의 문명화’라는 SK네트웍스의 비전을 실체화한 선언으로 해석된다. 향후에도 그는 오픈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협업과 AI 사업 확장에 있어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 사장의 부친이자 SK그룹 오너 2세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최근 SK㈜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이달 2일부터 4차례에 걸쳐 SK㈜ 주식 1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최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사촌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증여받은 SK㈜ 주식 10만주를 포함, 총 10만1000주를 모두 매각했다. 이로 인해 SK㈜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5.49%에서 25.47%로 소폭 줄었다.
앞서 최 전 회장은 2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로 오는 15일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매각은 변호사 비용과 향후 재정 부담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