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로 푼 심해 원유 이송의 한계
심해(深海)는 인류가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영역 중 하나입니다. 수천 미터 아래 바닷속에서는 수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압력은 대기압의 수백 배에 달합니다. 이런 심해에서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油田) 개발은 더더욱 까다롭습니다. 극저온 환경에서는 원유가 금세 응고해 파이프라인 안을 막아버리기 때문이죠.
이를 막기 위해 그동안은 배관 외벽에 전기열선을 감아 가열하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열손실이 크고 유지·보수가 까다로웠는데요. 교체가 필요할 경우 전체 배관을 들어올려야 했고 고압의 심해 환경에서는 균열이나 부식 위험이 컸습니다. 열손실과 관리비용이 커 경제성도 떨어졌습니다.
LS전선이 주목한 건 내부 가열입니다. 파이프라인 안쪽에 전기열선을 삽입해 직접 열을 전달하면 열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응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발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글로벌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노르웨이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딥오션(DeepOcean)이 총괄을 맡고 에퀴노르(Equinor)·아커BP(Aker BP)·프랑스의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가 실증 파트너로 참여하는 '전기 가열식 해저 파이프라인(FlowHeat)' 공동 개발입니다.
이 파이프라인의 핵심은 내부 삽입식 가열 구조인데요. 기존 방식과 달리 파이프라인 내부에 전기열선인 '히팅 케이블(Heating Cable)'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시공 과정이 단순해지고 유지·보수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LS전선은 이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히팅 케이블 개발을 맡았습니다. 2028년부터 단독 양산·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케이블은 극저온과 고수압 등 극한 해양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열성과 절연 성능을 강화했습니다. 소형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설치할 수 있어,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기존 해저 공정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해저케이블 기술, 에너지로 확장 의미
히팅 케이블이 적용된 해저 파이프라인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심해 원유 이송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평가될 전망입니다. 내부 삽입식 구조는 열전달 효율이 높고 교체 주기도 길어 에너지 손실과 유지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도 한층 넓어졌습니다. 수심 3000m, 길이 30km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기존보다 훨씬 깊은 해역까지 원유를 이송할 수 있습니다. 열효율이 높아져 탄소 배출량도 약 30% 줄었고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친환경 해양 기술로서의 의미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이 에너지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전력·통신 중심으로 발전해온 해저케이블 기술이 오일·가스 분야로 확장되면서 심해 인프라 시장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을 통해 함정용 전력선과 해군 신호 케이블을 공급하는 등 방산 분야에서도 해양 기술 기반의 특수 케이블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심해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력이 향후 에너지·방산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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