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에서 철강이 또다시 제외되면서 미국의 50% 고율 관세가 사실상 '상수'로 굳어졌다. 수출·내수·탄소 규제·중국산 공세까지 겹친 데다 유럽연합(EU)도 50% 관세 전환을 예고하며 국내 철강업계의 내년 사업 환경은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50% 관세 '뉴노멀'…미·EU 규제에 허리 휠라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철강 50% 관세 문제는 끝내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이 철강을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의 안보 품목으로 관리하면서 관세 체계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지난 6월 인상된 50% 고율 관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고율 관세의 충격은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0월 철강 수출량은 218만9000톤으로 1년 전보다 11.3% 감소, 2021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향 수출은 상반기 월 20만톤 수준을 유지했지만 50% 관세가 적용된 7월부터 10만톤대로 반토막 나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부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포스코·현대제철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가 올해 미국에 납부해야 할 관세는 약 2억8100만 달러(한화 약 4000억원)로 추산된다. 양사 2분기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미국은 철강·철강재가 포함된 407개 품목에 개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최근 700여개 추가 품목에 대한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유럽에서도 위험 신호가 커졌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신할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추진하며 무관세 수입쿼터를 305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 축소했다. 초과 물량에 대해 적용할 관세율도 25%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내 철강 수출의 13% 이상이 EU로 향하는 만큼 미국·유럽 양대 시장이 동시에 좁아지는 셈이다.
국내 수요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해 1~9월 내수는 3255만톤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줄었다. 건설 등 주요 전방 산업 경기가 약세인 데다 탄소 규제까지 겹치며 기업들은 생산·투자 계획 조정 압박에 놓여 있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인데, 업계가 제시해온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2037년 이후)과는 시계가 맞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길 더 좁아지는데…
철강업계는 K-스틸법(철강산업지원법)을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로 보고 있다. 법안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소환원제철 등 녹색철강기술 지원, 세제·금융 지원 등이 포함돼 업계가 요구해온 제도적 기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업계의 불안감도 커졌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이달 27일 예정된 본회의 처리 여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대체 시장 확보도 쉽지 않다. 중동에서는 한국·베트남산에 반덤핑 부담이 붙는 사이 중국산이 공세적으로 물량을 늘리며 가격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해 일본향 물량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를 반영해 내년 한국 철강 수출이 -2.3%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