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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뿜는 엔진 열이 전기로?"…폐열 회수 실험 나선 HMM

  • 2025.11.23(일) 15:00

[테크따라잡기]중저온 폐열 끌어쓰는 에너지 절감 기술
HMM, 16000TEU 선박서 삼성중공업·파나시아와 실증
친환경 연료선 적용 시 운영비 개선 효과 더 극대화

그래픽=비즈워치

배가 항해할 때 공기 중으로 흩어지던 엔진 열을 전기로 다시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항해 중 내뿜는 중저온 폐열을 전력으로 회수할 수 있다면 연료 효율과 탄소 배출 구조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이번에 실제 운항선에서 그 가능성에 대해 직접 확인에 나섰습니다. 폐열 회수 기술 자체는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지만 대양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탑재해 실증하는 건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중공업·파나시아와 함께 추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ORC(Organic Rankine Cycle·유기 랭킨 사이클)' 기반 폐열 회수 발전 시스템을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에 탑재해 2026년 하반기부터 해상 실증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짜였습니다. 기술은 삼성중공업이 개발했지만 실제 운항 환경에서 시스템이 어느 수준의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려면 선단을 운영하는 HMM의 실선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폐열 손실 구조나 운항 조건별 효율 변화는 결국 실제 항해에서만 드러나는 만큼 이번 실증은 양측의 역할이 맞물려야 의미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버려지던 열' 신기술이 집어올린 포인트

HMM의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누리호./사진=HMM

지금도 많은 선박에 폐열 회수 장치는 달려 있지만 대부분 고온(300~600℃) 배기가스를 활용하는 '스팀 방식'입니다. 문제는 엔진에서 나오는 열의 상당 부분이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70~300℃)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 중저온 영역은 활용하지 못하는 폐열로 여겨져 바다 위로 그대로 흩어졌었는데요. 이 중저온 구간이 애매한 폐열로 남았던 건 기존 스팀 방식이 요구하는 고온에 미치지 못해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열 자체는 충분히 있지만 기술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사각지대였던 셈이죠.

이번에 개발된 ORC 시스템은 이 구간을 건드리는 기술입니다.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화하는 유기 매체를 활용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터빈을 돌릴 수 있게 만든 방식이죠. 이미 올해 5월 ABS(미국선급) 기술 인증을 받았고 육상 실증도 끝냈는데요. 이제 남은 건 실제 항해 환경에서 이 장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경제성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HMM은 이번 실증에 250kW급 장비를 얹어 △폐열 회수 성능 △연료 절감폭 △탄소 감축 효과를 검증하게 됩니다. 예상치는 연간 연료 230톤 절감, CO₂ 700톤 감축 수준입니다. 폐열 회수 장비 한 대 기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절감 폭입니다. 특히 친환경 연료 단가와 탄소배출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절감 효과가 더욱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료 전환기, 대양항해의 새로운 계산법

출처=아이클릭아트

해운업은 지금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IMO(국제해사기구) 환경 규제가 한층 강화된 데다 연료 가격은 글로벌 정세와 공급망 변수로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메탄올·암모니아 같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 전환까지 빨라지면서 '엔진 효율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각 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과제가 됐습니다.

폐열 회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연료가 바뀌어도 폐열은 여전히 발생하고 이를 전력으로 바꿀 수 있다면 보조기기 전력 소모를 줄여 전체 연료 사용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대양을 오가는 HMM 선단처럼 항해 거리가 긴 선박일수록 작은 효율 차이도 비용에 크게 반영됩니다. 여기에 LNG·메탄올처럼 연료 단가가 높은 친환경 연료선에서는 경제성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발전기 사용이 줄어드는 만큼 연료비와 탄소배출 비용이 동시에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ORC 장비의 효과와 기술·경제적 타당성을 실제 항해 환경에서 확인하고 실선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결과는 장비의 상용화 여부는 물론 HMM의 향후 친환경 선대 전략을 세우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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