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신흥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일부에서는 이머징으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에서 다시 선진시장으로 경제의 축이 이동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BRICS)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신흥시장 전문가 앙트완 반 아그마엘이 진단했다.
아그마엘은 `이머징마켓의 시대` 저자로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지난 10년간 신흥시장의 성장을 예견했던 글로벌 투자자다. 다만 아그마엘은 최근 강력한 게임체인저들이 경쟁우위를 다시 쓰고 있다며 선진국들의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주목해야 하며 한국 역시 이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그마엘은 12일 대신증권이 `US vs. non-US`를 주제로 개최한 2013년 리서치포럼에서 초청강사로 나와 열띤 강연을 펼쳤다. 그는 현재 브릭스가 험난한 국면을 통과하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전에는 시장수익률을 크게 상회했지만 중국은 고성장의 한계점을 노출했고 원유부국인 러시아는 셰일가스 도전에 직면했으며 인도는 관료주의와 인프라 문제, 브라질은 고물가와 정치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브릭스 시장의 성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자산 클래스도 계속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수는 없으며 투자자들도 수익률 둔화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전하며 장단기 매력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아그마엘은 현재 강력한 게임체인저들이 경쟁우위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점에 더 주목했다. 신흥시장 매력은 여전하지만 미국과 북유럽의 제조업 부활과 성장 가속화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셰일가스, 저임금 노동자의 경쟁력 약화, 브레인팩쳐링(Brain-facturing) 등 3가지 요소를 꼽았다. 이미 미국은 셰일가스를 통해 대규모 저비용 에너지 생산국으로 재부상했다. 또 로봇 등을 활용한 공장자동화는 중국 등의 저비용 경쟁우위를 약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브레인팩쳐링은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과 센서, 신소재, 세로운 프로세스를 통합한 것으로 제품 소재와 제조 방법의 혁신을 뜻한다. 이 역시 선진국의 경쟁우위가 부각될 수 있는 요소다.
아그마엘은 혁신이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로봇기반 제조가 증가한다면 대규모 원자재 생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런 게임체인저들이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부활에 기여하면서 오랫동안 경쟁령을 상실했던 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화 역시 이미 10년전에 정점을 지났다며 향후 10년간 미국과 북유럽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세계 무역은 감소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은 둔화되겠지만 수십억에 달하는 신흥시장 소비자를 잡기 위한 무한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역시 이른 흐름을 놓지지 말 것을 조언했다. 기계산업은 자동화 영향을 받고, 높은 에너지 비용은 한국의 에너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자동차 산업은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무역감소로 조선업이 타격을 입고 셰일가스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은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그마엘은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국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구축해왔기 때문에 미래에 그 과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삼성이 아이폰을 발명하진 않았지만 애플을 따라잡은 것처럼 과거부터 '패스트 팔로워'를 잘 해온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며 브랜드 리더 면에서 새로운 발명품을 내놓지 않으면 얼만큼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대해 양적완화는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가 될 것이라며 선진국의 성장이 더 좋아진다면 긍정적인 요인이며 이머징 시장 성장 둔화와 하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점은 부정적인 부분으로 평가했다.
아그마엘은 신흥시장 자산투자관리회사 애쉬모어EMM(AshmoreEMM, 구 이머징마켓매니지먼트 LLC)을 창립했고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현재 비영리재단인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 회장 겸 이사, 투자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 겸 국제자문 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예일대 국제활동 이사회 회원, 외교협회 회원,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대신증권은 이날 포럼에서 내년 코스피 목표를 2400포인트로 제시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상승 모멘텀으로 오르고 이후 국내 자금이 유입되면서 오름폭을 더욱 넓히는 상저하고 패턴을 예상했다.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외국인 매수세와 더불어 국내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자금 유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2년간의 박스권(1950~2150P)에 머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