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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부양 앞으로"]①시그널은 확실히 왔다

  • 2014.06.09(월) 17:16

마이너스 금리 도입·불태화 중단..자금순환 물꼬
추가부양 가능성 시사..신흥국 정책 동조화 기대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시 부양의 칼을 빼들었다. 유럽 경제가 호전되고 미국은 이미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했지만 ECB의 결정은 `단비` 같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유동성 증가에 대한 시그널만큼은 확실히 줬다. 한국 증시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유럽계 자금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5일 ECB 통화정책회의 후 달라진 증시 기류를 살펴본다[편집자]

 

긴 연휴 탓에 지난 5일 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한참 지난 뉴스가 됐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늦게나마 ECB 회의 결과에 온 시선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막연한 기대감이 확실한 시그널로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패키지는 복잡했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ECB는 여전히 부양에 방점을 찍었고 향후 추가 부양 가능성도 열어놨다.

 

◇ 예상보다 더 강력해졌다

 

지난 5일 ECB는 기준 금리를 소폭 인하하고 4년간 장기대출(LTRO)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말 그대로 통화정책 패키지다. 이들 정책은 새롭기보다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수준이었다.

 

▲ ECB의 기준금리 및 예금금리 추이(출처:WSJ)

이 가운데 시장이 주목한 것은 ECB로서는 유례없는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을 예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에 은행에 저축하는 대신 외부로 돈이 흘러들게 한다. 과거 덴마크 중앙은행은 유럽 재정위기 당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통화 약세를 유도한 바 있다.

 

기존 통화부양 시 유동성 규모를 더 늘리지 않도록 한 `SMP(국채매입프로그램) 불태화`를 중단한 것도 유동성 확대 기대를 높였다. 그동안 ECB는 부양을 위해 통화를 풀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병행했던 자금 환수 작업을 병행해 왔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정책들로 유로화 유동성이 확실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풀린 유동성이 실물로 돌지 못하고 은행으로 되돌아왔지만 이런 경로를 상당부분 차단해 시중에 돈이 돌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한 것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빌려간 자금을 쓰지(대출) 않으면 모두 강제적으로 상환하게 했고, 조기상환기한을 늘려 쓰지 않을 경우 이자부담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정책은 중앙은행이 푼 자금이 다시 회수되는 고리를 차단하는 데서 시작됐다"며 "미국의 자금보다 더 회전력이 높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추가부양 시사는 `보너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ECB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가 부양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카드를 직접적으로 내놓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때보다 분명히 했다. 

 

▲ 유로-달러 추이(출처:WSJ)

유럽의 경우 최근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긴 했지만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였다. 경제가 약하진 않지만 물가로 인해 소비가 이연될 조짐을 보이고 유로화 강세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ECB는 내내 불안에 떨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채택된 비전통적인 수단들은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 이행 직전의 정책 패키지로 파악된다"며 "양적완화 정책의 가시성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여러 정책을 도입했지만 둔화된 유로존 통화량을 되돌리거나 유로화 가치를 유의미하게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추가적인 완화 정책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는 비단 유럽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령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은 유럽뿐 아니라 신흥국들도 마주하고있는 상황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도 소비자 물가가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에 이어 이들 역시 경기부양 대책 마련 가능성이 커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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