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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선 증권투자]④어린이펀드 `성장 부진` 이유

  • 2014.07.08(화) 11:03

적금처럼 단순히 불입..도입 취지 못 살려
英 세제지원 적극 `투자 체험하는 교육 기회`

10년전 국내 주식시장이 한참 좋았을 당시 유희지(가명·39)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다. 보험 역시 필수로 든 것은 물론이었고, 아이를 위해 적금을 드는 대신 매달 펀드에 돈을 붓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펀든의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대충 따져봐도 예금 복리 이자보다 못한 수익률이었다. 일부 어린이 펀드는 성과가 좋다보니 유 씨는 당시 펀드 선택을 잘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어린이날에만 파는 어린이 펀드` 오명

 

10년전 유씨는 크게 간과한 것이 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저 목돈 마련을 위해 어린이 펀드를 들었고 별다는 고민 없이 매월 적립금만 납입했다. 애초부터 펀드에 든 것도 투자목적보다는 단순히 학자금 마련 등에 쓸 요량이 컸다. 차라리 원금보전을 위해 예금이 더 나았을 수 있다.

 

또 하나 잘못 생각한 것은 무턱대고 10년 만기로 든 것이다. 중도환매도 가능했지만 적극적으로 환매를 시도하지 않았다. 펀드수익률에 대한 고민은 물론 아이와의 교감도 전혀 없었다.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펀드에 대한 교감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증권가에서는 어린이 펀드는 어린이날에만 파는 펀드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유씨처럼 아이가 태어나면서 적립식 펀드에 들거나 주식을 사는 부모도 있지만 많지는 않은 편이다.

 

국내 어린이 펀드 역사는 결코 짧지 않지만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를 어린이 펀드가 단순히 목돈 마련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찾는다. 아이가 커서 필요하게 될 학자금이나 다른 비용을 염두에 두고 적금 붓듯 단순히 붓고 마는 것이다.

 

만약 유희지 씨가 펀드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이미 일반 투자자들은 펀드가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거나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펀드 가입시는 물론 환매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는 물론 선택 방법, 환매 시점에 대한 결정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금융상품을 조기에 교육시키고 함께 고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펀드가 정착돼 있고 수익률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 어린이 펀드의 수익률만 단순히 탓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영국의 차일드 트러스트펀드나 미국의 529플랜, 싱가폴의 차일드 디벨롭먼트 어카운트는 대표적 어린이 펀드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을 업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차일드 펀드는 만 10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연간 기준으로 45만원 정도를 넣어야 한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부모는 매년 1200파운드(약 207만원)를 추가로 납입할 수 있고 계좌에 불입된 돈은 장기투자돼 18세 이전에 인출이 금지된다. 대신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고 초기 가입시에는 지원금을 넣어준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조해 준다.

 

영국 차일드 펀드는 2005년에 도입된 후 2011년 11월부터는 어린이를 위한 비과세 개인저축계좌(Junior ISA)로 대체됐는데 정부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연간 저축한도를 늘리고 성인이 되면 ISA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ISA는 영국 국민들이 출생해서 사망할 때까지 전기간에 걸쳐 체계적인 계획은 세워 저축하도록 유도하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해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자소득과 자본이득세, 배당소득세가 모두 면제되는 비과세 계좌다.

 

▲ 영국 어린이펀드인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와 주니어 ISA 내용(출처:자본시장연구원)

 

◇경제교육 효과 중요..제도 뒷바침 돼야  

 

미국 529 플랜 역시 적립금을 학자금으로 사용할 경우 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세제지원을 해주고 비교육용 목적으로 사용하면 10%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싱가포르와 호주도 유사하다.

 

국내 역시 적립식펀드 붐이 일었던 2006~2007년 사이 어린이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제 지원 요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큰 혜택은 없다. 10년 투자시 19세이하는 1500만원, 20세 이상은 3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정도다.

 

세제혜택 요구 이후 실제 혜택을 주는 소득공제장기펀드만 출시됐다.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이 꿈나무펀드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 도입을 공약사항에 넣은 것이 전부이고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세제 혜택과는 별도로 어린이 펀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영국의  주니어 ISA에서 가장 주목 할만한 대목은 등록자(부모)와 16세 이상 자녀 본인이 직접 계좌 유형과 회사 이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투자수익과 투자위험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펀드에 영향을 주는 경제요소에 대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영국 복지정책 연구기관인 공공정책연구소(IPPR)과 미국 싱크탱크 아스펜 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차일드 펀드를 도입한 후 아이들의 계좌 보유나 저축 행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계층이 매년 1200파운드(약 240만원)을 불입할 경우 자녀가 18세가 되는 시점에서 3만1300파운드(631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가입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추가 불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만기 개념인 18세 때 가치가 크지 않아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향후 수익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목돈이 돼 있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펀드의 필요성이나 수익률 등 기본적인 상식을 얻게 된다"며 "한국과는 분명 엄청난 차이"라고 지적했다.

 

국내는 비과세 혜택 등 적극적인 어린이 펀드 활성화는 물론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에 대한 연계가 부족하다. 권세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어린이 펀드 지원은 출산을 장려하는 효과도 있지만 더 확장된 금융상품 거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 교육이나 투자자문인 제도를 저극 활용하도록 권장하면 금융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투자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젊은층의 장기적인 자산 형성에 기여하는 인프라 구축이나 영국의 차일드 펀드 같은 제도 도입을 통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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