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벼랑에선 증권투자]③`서비스는 공짜` 마인드 버려라

  • 2014.07.07(월) 11:47

금융상품 이해부족이 손실 키워..`자문` 필요성
`투자자들 자문료 거부감` IFA 도입시 성공 관건

직장인 이지현(39) 씨는 10년전 변액보험에 들었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나눈다. 엄연히 보험상품이지만 가입자는 펀드에 동시에 드는 셈이다. 가입자는 여러 종류의 펀드 가운데 자신의 성향에 맞게 펀드를 선택하고 펀드 종류와 투입비율을 변경할 수 있다. 이 씨의 현재 변액보험 해약환급금은 원금대비 마이너스(-)다. 운용성과는 형편 없었고 사업비도 제법 나가면서 손실이 지속됐다. 이 씨처럼 장기 변액보험 투자자 중에서 `만족할 만큼` 수익률이 오른 투자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 쏟아지는 금융상품.."도와줘요 IFA!"

 

변액보험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지만 보험회사만 탓할 수는 없다.  보장성 보험인 동시에 펀드 형태인 만큼 장기적으로 스스로 관리를 해야했지만 별 생각없이 매달 불입금만 납입한 것은 이 씨의 부주의였다.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운용펀드를 적극적으로 바꾸지 않은 것이다. 관리의 책임은 가입자의 몫이다. 

 

펀드를 비롯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전문가가 아닌 이 씨로서는 어느 펀드에 들지 판단하기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재간도 없었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상품 판매 직원과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해 불일치도 발생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30대 때 보험아줌마가 아닌 보험설계사를 만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상품을 살 수 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금융투자 업계도 좋은 상품을 소개해주는 컨설턴트를 만났다면 지금 상황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이런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펀드를 고를 때 도움을 주는 펀드도우미가 생긴다.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다. 상반기 출현한 펀드슈퍼마켓은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유사한 사이트를 내걸고 온라인 펀드 팔기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저금리로 인해 돈을 굴리거나 매달 적립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펀드는 분명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수백여개에 달하는 펀드 중 어떤 펀드를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이 앞선다. 전문지식 부족은 오히려 역선택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펀드정보가 충분히 주어지더라도 전문가 도움 없이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을 이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IFA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 판매채널 다양화가 진전되면서 펀드시대가 만개했다. 계열사 상품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펀드 상품을 팔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었다. 인프라도 강화됐다. 특히 중립적인 자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독립 자문업자로서 자산관리에 관해 조언을 하는 IFA도 증가했다.

 

영국은 IFA가 고객의 투자위험을 평가해주고 상품정보나 가격을 비교해주는 것은 물론 온라인 강의나 포트폴리오 제안 및 세금 설계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2012년말 현재 영국에서는 2만8000여개의 IFA가 존재하고 있다.

 

▲ 영국의 IFA 검색 사이트 캡쳐

 

◇서비스 이용, 돈주고 쓸 준비 됐나요?

 

한국의 경우 장기자산 형성과 관련된 제도가 미흡한데다 투자자와 상품을 능숙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구조나 다양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IFA제도 도입은 펀드슈퍼마켓을 더 활성화시키고 자문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의 토대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은 펀드에 국한되지만 다른 상품으로 확대되면 금융시장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판매업체와 분리된 독립적인 위치에 서기 때문에 더 객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자가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IFA를 이용할지 여부다. 자문수수료 문화에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수수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보수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온라인 전용펀드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조직이 필요없기 때문에 더 쌀 것이란 인식이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수수료 기반의 영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특히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중개 역할만을 해주는 IFA에 지불해야 하는 보수나 수수료는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으로 와닿을 수 있다. IFA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수료 설정이 선결돼야 한다. 

 

박광수 동의대 교수는 "금융자문업자의 보상제도는 자문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문업자에게 적절한 보상 시스템이 주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자문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현재로서는 기존처럼 펀드에 판매보수를 녹이는 쪽으로 검토 중이지만 결국 수수료 베이스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다. 박 교수는 "현행 판매 비용에 자문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자문과 판매로 구분해 IFA 자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는 자문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는 형태가 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지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영국은 IFA 정착에 성공한 반면 한국과 유사한 은행 중심의 과점적 판매구조를 지닌 프랑스와 독일은 IFA를 통한 펀드 판매 활성화가 미흡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럽 주요국 펀드판매채널의 IFA 비중(단위:%, 출처:우리금융경영연구소)

 

미국과 일본 역시 IFA가 발달해 있지만 금융자산 내 현금비중이 높은 일본보다 금융상품 비중이 더 높은 미국에서 더 영향력이 높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겨우 일본보다는 투자상품 비중이 높고 미국보다는 낮아 IFA가 도입되면 일본과 미국의 중간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수료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증권사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메릴린치의 경우 90년대부터 수수료 베이스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연 2%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무제한 거래와 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계좌도 동시에 내놨다.  웰스파고도 전문가와 상담을 원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브로커리지 계좌를 따로 만들어 수수료를 받았다. 이 덕분에 미국 투자자들은 독립성이 높은 수수료 기반 모델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