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JB금융지주가 국내 최초로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코코본드는 은행이나 금융지주사가 발행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고금리를 제공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소투자한도가 1억원으로 적지 않은데다 코코본드가 갖는 메리트보다 리스크가 더 부각되면서 22일 일반청약(0.036대 1)은 크게 미달됐다.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에서도 예정됐던 500억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다만, 향후 발행될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는 지금보다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유럽·아시아에서 발행 활발..고금리에 인기 높아
코코본드의 정식명칭은 '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s)'이다. 영문이름의 앞부분을 각각 따서 코코본드가 됐다. 이름처럼 정해진 조건에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자본증권으로 실제 자본으로 인정된다.
국내에서는 첫 발행이지만 유럽에서는 코코본드가 이미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이 최초로 발행한 후 유럽은행들의 발행이 늘어났다. 유럽 역시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고금리인 코코본드가 인기를 끌었다.
현재 영국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럽이 전체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도 20% 정도가 발행된다. 지난 4월 독일 재무부가 코코본드 발행자와 투자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향후 독일 은행들도 발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도 올해 이후 코코본드 발행이 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활발하다. 부실자산 우려가 높은 중국계 은행들의 발행은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6%대 금리 매력에도 리스크가 더 부각?
유럽과 아시아 모두 코코본드의 주요 투자자가 소매 투자자와 프라이빗 뱅크(PB)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13년 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비교적 낮은 리스크와 높은 금리때문이다. 코코본드는 발행주체가 은행이나 지주사이면서 비교적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JB금융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는 30년만기지만 5년 후 콜옵션이 붙고, 6%내외의 금리를 제공한다. 상각이나 보통주 전환의 발동요건도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조건부자본증권은 미리 정한 요건이 발생하면 원금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외에 보통주자본비율이 7% 이하이면 이자지급이 제한되고, 5.125% 미만시 주식전환이 되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런 위험을 감안해 은행과 보험사들은 코코본드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그나마 코코본드를 많이 운용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는 낮은 유동성과 잔존만기 제한으로 편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주체가 한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소매판매 제한을 검토했지만 공모형태 발행을 막을 근거가 없어 투자설명서에 투자위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했다.
대개 코코본드 만기는 5년 이상이고 발행후 5년 이내에는 중도상환이 불가능하다. 은행의 자본비율이 낮거나 발행시점보다 금리크게 크게 오르는 등 상황이 안좋으면 중도상환이 불가능 할 수 있고 만기가 재연장될 위험도 내포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액을 영구적으로 상각 또는 보통주 전환하는 조건부자본증권만 발행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발행주체가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손실이 발생하지만 추후 발동된 요건이 해소되더라도 상각이나 주식전환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본적정성이 양호해 이지가 미지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금융시장 위축과 장기간 불황으로 가계부채 우려가 현실화되거나 개업부실이 확산되면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은행들은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후순위채 발행 코코본드는 매력" 분석도
JB금융지주의 코코본드 인기가 뜨겁지 않았지만 향후 발행되는 코코본드는 투자매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코본드는 2가지 형태로 발행이 가능한데 JB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됐지만 부산은행 등 향후 코코본드 발행에 나설 은행들은 후순위채 형태로 타진할 전망이다.
후순위채 형태의 경우 신종자본증권보다 이자미지급이나 만기미상환 위험이 낮은 편이다. 민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 발행이 논의되는 은행들의 경우 자기자본 상각 가능성이 낮고 주식 전환이나 상각 기준이 되는 비율이 총자본비율 2% 미만으로 여유자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코코본드는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와 달리 이자지급제한 조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