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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겐 미안하지만.."유가하락 즐겨라"

  • 2014.11.23(일) 05:55

경기둔화 외 달러 강세 가세..넉넉한 공급도 한몫
수입국 내수 보탬..경기 뒷받침되면 상당한 모멘텀

국제 유가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배럴당 70달러대를 찍었고, 5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2000년대 중반 150달러에 육박했던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과거엔 유가 하락을 일방적으로 암울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상품가격 하락은 그만큼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까딱하다간 디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유가 하락은 그렇지만 안심할 만하다는 평가가 이채롭다. 과거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 날개 잃은 국제 유가..50달러도 가능? 

 

국제 유가는 반년 가까이 하락 중이다. 올 여름을 기점으로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크게 웃돌다 60달러 목전까지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대개 경기 둔화로 해석된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전반이 부진하다. 원유를 사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가격이 빠지는 것이고,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부진한 경제 회복으로 부양기조를 지속 중이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유가 하락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 최근 1년간 달러-엔과 국제유가 추이(출처:NYT)

 

◇ 달러 강세와 오버랩..OPEC 감산 쉽지않아

 

가파르게 진행된 하락세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미국 경제 회복과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을 부추겼고, 단순한 수요 부진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최근 달러 강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대개 달러는 원자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이나 원자재 가격 하락에는 달러 강세가 따라다닌다. 공교롭게 올해 국제 유가가 하락한 시기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와 정확히 맞물린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차이로 인한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 추세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강세로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고 달러화 움직임만 보면 60~70달러대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응, 즉 감산 여부가 관심이었다. 산유국들의 이해관계로 점철된 OPEC가 유가 하락을 좌시할리 만무다. 하지만 OPEC은 유가 하락에도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유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OPEC뿐 아니라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원유 공급 증가도 공급을 넉넉하게 했다. 미국의 원유수출 증가는 OPEC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더이상 섣부른 감산만으로 원유가격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OPEC이 원유 가격을 더 떨어뜨려 시장을 장악하는 소위 '약탈가격' 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추측의 근거이기도 하다.

 

◇ 원유 수입국 수혜..연료비 하락→소비 진작

 

유가 하락을 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만큼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 앞서 달러 강세나 OPEC의 전략적 선택을 감안하면 유가하락에는 경기둔화 외의 요인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원유 수입국에서는 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유가가 내리면 연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주머니 사정이 예전보다 좋아진다. 국제 유가 하락 덕분에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 당 1600원까지 떨어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소비지출을 연간 12조 달러인데 이 중 유류비 관련 지출이 2.1%인 2500억달러다. 김일혁 하나대우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3년 평균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 500억달러를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말 소비시즌과 맞물려 기대감은 더욱 높다.

 

◇ 증시 모멘텀 학습효과..환율 부담 덜 듯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유가 하락을 일단 즐기라는 조언이 눈에 들어온다.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수입가격 하락은 내수를 분명 살찌운다. 

 

최근 무디스 역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아시아에 부정적인 동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특히 수입국인 동북가 국가들을 수혜자로 지목했다.

 

일단 업종별로는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가 불가피한 정유업종에는 분명 타격이다. 그러나 운송주는 물론 대부분의 수출주들에게는 긍정적인 호재로 해석되고 있다. 수출주로서는 환율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전체적인 무게를  감안하면 증시에도 우호적으로 해석된다. 앞선 민병규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1980년대에도 경기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의 유가하락은 국내 증시에 상당한 모멘텀이 됐다"고 말했다. 곽현수 연구원은 "유가하락이 디플레가 아닌 소비 인플레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때"라며 "수출주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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