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저유가와 강달러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자산배분 지도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각광받고 있는 자산배분 전략을 소개한다.
◇ 중위험도 불안해..주식보다 채권
이미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중위험·중수익 투자가 일반화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투자자들도 자세를 평소보다 더 낮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단 안전하게 가자는 저위험·저수익 투자로까지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우려도 줄어들겠지만 당장은 주식보다 채권, 이머징보다는 선진국이 더 안심이 가는 이유다. 최근 하나대투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에서 전체 주식 비중은 소폭 축소하되 선진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선진국 자산 비중을 늘리는 대신 신흥국에 대해서도 축소했다. 신흥국 주식과 국채 선호도를 줄이고 선진국 국채 선호도를 높였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글로벌 자산가격이 실물경제 개선 속도 대비 부담스러운 영역에 진입한 반면, 유로존과 신흥국 위험은 환율과 유가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미국 국채와 달러 포지션 확대를 조언했다.
◇ 이머징 차별화.. 어디가 뜰까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가 타격을 받는 등 이머징 투자가 다소 위험해졌지만 모든 이머징에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머징 가운데서도 지난해 한국 증시는 4% 하락했지만 중국과 인도 증시는 각각 50%와 30% 가까이 올랐고 터키와 인도네시아도 20%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이머징 전반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머징 투자가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도 인도와 터키 등은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증시 역시 지난해 홍콩과 상하이 거래소 교차매매가 가능한 후강퉁에 이어 올해 선전 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 기대감이 더해지며 연초부터 크게 오르는 중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망한 이머징 국가로 인도와 터키, 대만을 꼽았다.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하락세와 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과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할 때 유리한 조건에 놓일 수 있는 국가들이다.
터키와 인도는 모두 원유 수입국으로 유가하락 덕분에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낮아진 인플레이션 덕에 상반기 중 금리인하 등의 부양 효과도 같이 누릴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와 터키 외에 대만도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대만 경제가 여행 특수와 민간소비 증가 덕분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가 여전히 이머징 희비를 가를 것으로 봤다. 인도나 멕시코, 터키, 필리핀 경제는 양호하겠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중국은 실망스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 글로벌 증시 수익률 |
◇ 저유가·강달러로 자산배분도 변화
올해 자산배분 전략에서는 저유가와 강달러가 주요 키워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유가는 이미 이머징 국가들 사이에서도 희비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도 물론 유가가 하락했지만 저유가는 올해 본격적으로 자산배분에서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유가가 급락했지만 연간으로는 여전히 고유가 상황이었다"며 "저유가 환경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시기는 올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유가 하락을 감안할 때 올해 전 세계적으로 1조5000억달러의 유류비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글로벌 관점이나 경제주체 관점에서 보면 부의 재분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집중 수혜 지역이고 산업 측면에서는 전기전자(IT)와 운송, 소비재산업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도 유가하락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게 될 선진국이나 신흥 아시아 주식 확대에 대비해 전체 자산 중 5% 가량을 미리 유동화할 것을 조언했다.
유가 하락을 부추긴 달러 흐름 역시 계속 주목받을 전망.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달러예금이나 달러 표시 상품에 대한 관심도 활기를 띠고 있다.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슈퍼달러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품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