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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上 악순환의 덫

  • 2015.12.07(월) 09:30

수요 둔화, 공급 과잉..저유가 지속
수출 감소, 소비여력 개선 기대 이하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저유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수경제 침체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저유가 악순환의 원인과 피해 산업 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선 셰일오일과 오일샌드 등 비전통 석유자원의 개발이 증가하고 있고, 중동 산유국들은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일 열렸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결과는 현재 저유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오펙은 감산 합의 실패는 물론 하루 생산량 기준도 정하지 못했다. 오펙의 공식 하루 생산량은 3000만 배럴이지만 실제로는 3150만 배럴에 달한다.

 

반면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성장세도 더딘 탓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세계 석유 수요 증가폭은 2013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 장밋빛 전망

 

오펙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국제유가는 또 다시 추락하고 있다. 연초 이후 배럴 당 40~5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지난 5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 당 39.7달러를 기록하며 40달러 선이 무너졌다. 브렌트유는 배럴 당 42달러,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39.11달러를 기록했다.

 

▲ 자료: 한국석유공사

 

당초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저유가 현상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을 줄일 수 있고, 일반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산유국들의 공급과잉으로 시작된 저유가가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연초 기획재정부는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가하락이 미국의 소비를 확대시키고, 유럽은 실질가계소득 개선과 소비 촉진으로 선진국 경제 성장률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역시 각 기업의 생산비 절감과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상승시킬 수 있어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었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선진국 수요 개선 등으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그룹은 유가하락으로 우리나라의 건설 및 조선업 등은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자동차와 화학산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 그러나, 저유가에 발목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저유가로 인한 경제 성장은 커녕 오히려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 저유가 기조의 원인이 산유국의 공급과잉에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바뀐 탓이다. 

 

이로 인해 원유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졌고, 신흥국 및 선진국의 소비력도 개선되지 않으면서 수출 규모가 크게 줄었다. 국민들의 소비여력도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고, 이는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형태가 됐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저유가 상황은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세가 원인으로,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며 “내수경기 침체는 실제 저유가 효과만큼 가계의 소비여력이 개선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실제 올 들어 대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7% 감소한 444억 달러, 수입액은 17.6% 줄어든 341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0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불황형 흑자라는 게 중론이다.
 
또 올 들어 누적 수출 및 수입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7.4%, 16.6% 감소한 4846억 달러, 4014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출단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결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졌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을 2.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6월 3.0%로 전망한 이후 0.3%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7%로 낮췄다. 국내 민간연구소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6%와 2.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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