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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저유가 저주를 풀어라

  • 2015.12.10(목) 10:03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 있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욱 커졌는데요.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는 배럴 당 37.1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입니다.

 

 초만 해도 저유가는 우리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저유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볼까요?

 

 

# 저유가는 축복?

 

국제유가 급락의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셰일혁명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고, 그 결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저유가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을 줄일 수 있고, 일반 국민들의 소비여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이죠.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와 시티그룹 등은 유가하락이 지속되면 선진국 수요가 개선돼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저유가에 발목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저유가 국면은 수요 둔화를 만나면서 그 골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유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결국 원유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떨어진 가운데 경기침체로 신흥국 및 선진국 소비여력이 개선되지 않자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크게 줄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내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7.4% 감소한 4846억 달러에 머물렀습니다.

 

국민들의 소비여력도 나아지지 않으면서 내수경기가 침체되는, 그야말로 악순환 형태가 된 것이죠.

 

이런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2.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LG경제연구원 및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6%와 2.5%로 제시했습니다.

 

 

# 비틀거리는 중후장대 

 

물론 저유가 시대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단점이 더 커보인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특히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주도형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중 건설과 조선 등 수주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국내 건설사들은 그 동안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국가에서의 발주량 감소로 신규 수주가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11월 말 기준)은 406억 달러로 전년보다 163억 달러 가량 감소했습니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조선업의 경우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하지 않고, 기존에 발주했던 선박 계약도 취소하면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3대 대형조선사들은 올들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정유, 석유화학 등도 수출이 줄고 있는데요. 정유와 석유화학은 올해 제품 마진이 개선돼 큰 폭의 이익을 달성했지만 유가 변동으로 인한 재고손실 가능성 등이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 항공만 好好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과 해운 등 물류산업은 저유가의 가장 큰 수혜 산업으로 꼽힙니다.

 

실제 국내 항공사들은 여객수요 성장과 함께 저유가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로 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7% 늘어난 4768억원을 달성했는데요.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영업이익 639억원을 기록했고,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 역시 168억원의 이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해운업은 저유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공급과잉이 심한 탓에 컨테이너선 운임이 역사상 최저점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 하락이 운임 가격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 언제까지?

 

그렇다면 저유가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전문가들은 적어도 2~3년 동안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CERA(Cambridge Energy Research)와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 당 50달러 초반선으로 예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45달러로 낮춰 잡기도 했는데요.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내년 국제유가는 배럴 당 5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와 함께 저유가 시대는 향후 2~3년 정도 지속되고, 배럴 당 80달러 선은 2020년 정도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 극복 방법은

 

저유가는 외부 요인인 까닭에 국내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저유가 악순환을 이겨내려면 수출 시장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건설은 중동 국가를 벗어나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유가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야 합니다.

 

조선과 석유화학, 소재 등 대부분의 산업들은 기술 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보해야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를 이겨내고, 안정적인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국내에선 기술 집약적 산업을 키우고, 해외 생산시설에선 범용 제품을 생산하면 수출 역량을 키울 수 있는데요.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안정적으로 수출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저유가, 왜 체감이 안되지

 

이처럼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저유가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반해 일반 국민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인데요.

 

국제유가 급락이 시작된 지난해 10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국제유가는 약 54% 떨어졌습니다. 반면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각각 16%, 23% 하락하는데 그쳤는데요. 기름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3%, 52.2%였는데요. 이 때문에 국민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생각보다 값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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