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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열풍 명과 암](上)'윈윈' 선순환 고리 생겼다

  • 2015.05.03(일) 08:00

도입후 침체기 겪다 작년부터 붐..정책지원 결실
기업 자금조달 이점에 저금리 투자처로도 '각광'

# 지난해 11월 교보위드스팩은 상장 당일부터 엑셈과의 합병설이 흘러나오며 일찌감치 주가가 뛰었다. 상장 한 달 뒤 실제로 엑셈과의 합병이 공식 발표됐다. 대우스팩2호도 최근 선바이오와 합병 발표 사흘전부터 주가가 뛰었다. 상승폭만 20%에 달했다. 3월 초부터 시장에서는 대우스팩2호이 선바이오와 합병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 20일 상장한 한화에이스스팩은 상장 직후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지속했다. 한화에이스스팩도 합병 기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장 직후부터 매수세가 몰려들자 합병기업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8일 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다시 가파른 하락세를 타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증시에서 스팩(SPAC)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스팩이란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로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국내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도입됐지만 한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지난 2013년 선데이토즈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관심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루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유 없는 급등으로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지만 유동성 부족 등 투자 시 유의할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 도입 후 5년만에 전성기 맞은 '스팩' 시장

 

스팩은 상장되지 않은 우량 기업들에게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기업공개(IPO)보다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스팩이 먼저 증시에 상장된 후 일정 기간 안에 합병에 성공하면 합병기업으로 재상장되고, 합병에 실패하면 해산되는 구조다.

 

투자자로서는 소액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증권사들이 나름 공을 들여 합병 기업을 고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매력에도 스팩은 도입 초반 상장이 반짝 급증한 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투자자나 증권사 모두 적극적이지 않았고 M&A 시장 자체가 침체된 영향도 컸다.

 

2010년 21개 스팩이 상장된 후 2011년에 1곳의 스팩만 상장되는데 그치고 2012년에는 아예 상장이 되지 않으면서 스팩은 증시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당시 국내 1호 스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쓴맛도 봐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반전이 일어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26개의 스팩이 상장됐고 14개 스팩이 합병에 성공했다. 이런 흐름을 올해도 계속 진행형이다.

 

▲ 스팩의 기본 구조

 

◇ 기업·투자자·증권사 모두 '윈윈'..선순환 고리 생겼다

 

스팩 상장이 활발해진데는 2013년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스팩 합병을 통한 증시 상장이 스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킨 것도 있지만 정책적인 지원 영향도 컸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스팩의 자기자본요건을 기존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축소했다. 발기주주의 의결권 행사제한도 완화해 신속한 합병 추진이 가능하게 했다. 실제 스팩의 공모 규모는 물론 상장 후 합병기업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금리 시대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은 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스팩은 상장 후 합병기업 주가가 오르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설사 상장기간동안 합병에 성공하지 못해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원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이 보장되고 1~2%대의 이자까지 챙기면서 은행 예금 이상의 역할은 최근 더 부각되고 있다. 합병기업을 찜한 스팩들은 많게는 30%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증시 활황세에서 이들의 상승세는 더 두드러졌다.

 

스팩을 만드는 증권사들에게도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공개(IPO)보다 상장심사가 덜 까다롭고 수수료와 상장 전 투자 메리트까지 감안하면 증권사들로서는 쏠쏠한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7호 스팩까지 내놓은 증권사도 등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도입 초기만 해도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크지 않았고, 기업이나 스팩을 만드는 당사자도 꺼려왔지만 이제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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