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이 새로운 대체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스팩이 저금리 시대에서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유의할 점도 있다고 조언한다.
◇ 빈번한 주가 급등락·낮은 유동성 등 지적
스팩은 공모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고 상장 폐지시 원금이 보장이 되는 매력이 알려지면서 청약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공모에 나선 스팩 주식의 청약경쟁률은 수백대 1을 훌쩍 넘는다. 지난 28일 NH투자증권의 NH스팩5호는 195만주 모집에 7억주 이상의 청약이 들어와 3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13~14일 공모에 나선 하나머스트4호 스팩도 427대 1의 경쟁률에 달했다.
하지만 이처럼 청약경쟁률이 치솟을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물량 자체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발품을 파는 만큼 스팩 공모 주식을 손에 쥐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청약에서 주식을 받지 못하고 직접 투자에 나설 경우에는 다른 주식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상존한다.
스팩의 경우 원금과 이자가 일부 보전되기 때문에 공모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산 가격보다 주가가 내려갈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흔치 않지만 스팩 도입 초기만해도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았다.
소액으로 상장되는 만큼 전체 유동성 역시 낮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 소규모 거래에도 스팩 주가가 급등하거나 상한가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하한가를 기록하는 반대의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합병 완료 후 혹여 딜이 무산될 경우에는 주가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 스팩 주가가 너무 올라버릴 경우 스팩의 합병가액이 순자산가치를 초과해 비용 부담을 주고 최악의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최진웅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스팩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정 주가수준을 판단하기가 곤란할 수 있다"며 "불확실한 합병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고 합병이 성공해도 무조건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 스팩 상장도 과열 기미..부당거래도 적발돼
최근에는 일부 스팩 주식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상장된 한화에이스스팩의 경우 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해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스팩 상장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20~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5개사 중 절반이상인 3곳이 스팩이었다.
스팩의 경우 거래량이 많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주가 띄우기가 가능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 일부 스팩의 경우 한 계좌에서 대량 매물이 나오거나 매수세가 나와 거래소의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스팩 도입 이후 처음으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 투자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합병 예정기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 차명계좌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지난 2월 증권선물위원회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알고 배우자의 계좌를 통한 주식매매로 부당이득을 취한 A스팩의 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 스팩 합병 결정 사례(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 지정감사제 시행도 변수로
정부가 지난해 스팩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달부터 지정감사제 시행 등으로 과거보다 합병상장시기가 늦춰지는 등 일부 변수도 생겼다.
금융당국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른 지정감사제를 스팩에도 적용키로 했고 이에 따라 합병을 위해서는 최소 넉달전에 금융당국에 지정감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보다 감사가 엄격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합병 상장 기간이 2~3달 정도 지연될 수 있다. 감사인 지정이나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연초 스팩 합병이 활발했던데는 지정감사인 지정에 대한 부담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의 스팩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