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판 커지는 웹보드]②묘수인가 vs 악수인가

  • 2015.06.17(수) 16:06

게임사 실적 부진 해결할 '반전카드'
나름 속사정 불구 사행성 논란 상존

게임사들이 다시 웹보드에 몰리는 것은 그만큼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 규제로 초토화됐으나 PC 기반 웹보드 시장 규모는 한때 연간 5000억~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컸다. 고포류(고스톱·포커류) 게임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이른바 '소셜카지노'의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훨씬 크고 규제와 간섭의 영향도 덜하다는 점이 이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웹보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게임사들에게 실적 부진을 만회할 '반전카드'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스마트폰 타고 소셜 카지노 인기 '훨훨'

 

웹보드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의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개화한 국내에서는 웹보드 장르가 역할수행게임(RPG)이나 캐주얼 등에 밀려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으나 해외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북미 지역 등에서는 주요 앱 장터에서 매출 기준 상위권 내에 소셜카지노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17일 모바일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이날 미국 애플 앱스토어 기준으로 상위 20위권에 2개의 소셜카지노 게임(빅피시카지노, 더블타운카지노)이 진입해 있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3종(빅피시카지노, 더블타운카지노, 힛잇리치)이 올라와 있다. 싱가폴에서는 앱스토어 기준으로 상위 10위권에 2개(슬롯머신 하우스오브펀, 슬롯매니아)나 들어와 있다. 

▲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카지노 '빅피시카지노' 스크린샷.

 

소셜카지노 시장 성장은 스마트폰이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일러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소셜카지노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8% 늘어난 28억달러(한화 약 3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모바일 매출 비중은 6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에일러스 리서치는 올해 시장 규모를 35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바라보는 시장도 궁극적으로 글로벌 소셜카지노다. 대부분 국내 서비스를 통해 쌓은 웹보드 운영 노하우를 발판으로 밖으로 뻗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소셜카지노는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면 오랫동안 매출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해외 겜블러를 상대로 직접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서 자유롭다.

 

◇ 웹보드 '기웃'..우려의 시선

 

글로벌 소셜카지노 시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국내 게임사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이 곳에 발을 들여놓았거나 진출 여부를 검토 중인 기업들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하나 같이 '빨간불'이 켜져 있다.

 

대표적인 곳이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다. 이 두 회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2월부터 시행한 규제 여파로 실적이 나란히 고꾸라졌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규제가 시행된 이후 첫 분기였던 작년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네오위즈게임즈 작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4억원에 그쳐 전분기(170억원)보다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선데이토즈와 파티게임즈 역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애니팡'을 내놓은 선데이토즈는 모바일에서 캐주얼 장르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아이러브커피'로 잘 알려진 파티게임즈 역시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해 매출은 감소 추세며, 올 1분기에는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7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시장 영향력 추이. (도표출처: KB투자증권)

 

다음카카오는 주력 '카카오톡 게임하기' 매출 성장세가 올 들어 처음으로 꺾이는 등 모바일에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웹보드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지금의 '탈(脫) 카카오톡' 바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웹보드로 쏠림이 자칫 각 기업은 물론 게임 산업 전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상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PC와 달리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사행성과 중독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실추가 뻔히 보이는데도 게임사들이 막장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위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