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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부동산으로 쓰는 ‘제2의 신화’

  • 2016.09.23(금) 16:31

일찌감치 국내외 부동산 투자 광폭행보…도드라진 성과
"고객과 함께 간다"…국내 첫 美부동산 공모펀드로 승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 끊임없이 도전한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전진한다. 고도의 전략을 사용해서 말이다.

저금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무렵인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현주 펀드’로 대한민국에 ‘1인 1펀드’ 시대를 열며 한국 금융사(史)를 빠꿔 놓았던 박 회장이 또 다른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찌감치 부동산에 꽂혀 광폭 행보를 보인지도 10여년. 금융시장에서 대체투자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해외 부동산 투자 바람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시장을 기막히게 읽어내는 박 회장만의 탁월한 투자감각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 한발 앞선 부동산 투자

미래에셋은 국내에서 가장 일찍,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온 금융사다. 미래에셋은 2006년부터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국내에서 ‘부동산 거물’ 입지를 굳혔다.

이후 지난 2013년부터 어마무시한 규모와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목 좋은 건물들을 쓸어담고 있다. 최근 10년간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만 6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3조원이 올해 투자돼 최근 들어서는 더욱 광폭 행보다.

미래에셋은 올들어 미국 6개 도시의 페덱스 물류센터를 5100억원에, 독일 쾰른의 오피스 빌딩을 49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AON BGN의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에도 4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 하와이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앤드 스파를 9000억원에 인수했고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사옥의 주인이 되는 등 굵직한 부동산 투자가 연잇고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과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동탄 신라스테이 호텔에 투자하며 현재 보유 중인 국내외 호텔만 7개에 이른다.

미래에셋은 영국계 투자회사인 캐슬파인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남 여수의 경도 해양관광단지에도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경도 골프앤리조트시설과 부지를 3400억원에 매입한 후 향후 5년간 7500억원을 들여 경도 개발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에도 손을 댔다. 미래에셋증권은 서울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 인근 서교동 일대의 6개 필지(6735㎡)를 960억원에 매입해 2019년을 목표로 청년임대주택 900~1000가구를 짓고 대규모 인프라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 박 회장의 남다른 ‘촉’

미래에셋그룹이 기존의 영역이었던 주식과 채권에서 눈을 넓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대체투자에 나선데는 저금리 심화 여파가 컸다. 국내 투자만으로는 수익률을 내기 힘들다는 것을 간파한 미래에셋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현지법인을 시작으로 공격적으로 해외 영토를 늘리기 시작했고 11개국에 현지법인을 보유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는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특히 박 회장이 주목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투자 규모가 큰 점이 부담이지만 제대로만 고르며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함께 시세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매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박 회장은 평소 "모두가 열광하는 영역이 아니라 다수가 꺼리는 영역에서 저평가된 기회를 찾는 균형적인 투자 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이 같은 투자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은 남들보다 먼저 좋은 해외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고 실제 안목도 빛났다. 지난 2004년 투자한 가락동 맵스송파타워는 5년 만에 누적 수익률 235%를 기록했고, 첫 해외 부동산 투자인 상하이 푸둥 지역 미래에셋타워는 2600억원을 사들인 후 현재 평가금액이 4배가 넘는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박 회장이 투자한 호텔들의 면면을 보면 탁월한 입지와 높은 브랜드 명성, 역사적인 상징성을 자랑한다.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박 회장은 "관광객들은 결국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며 "환경에 투자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호텔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고객과 함께 간다…제2의 신화 예감

최근 박현주 회장은 또한번 시장을 놀래켰다. 해외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발판으로 공모형 미국 부동산 펀드를 국내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올해 완공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프라임 오피스’ 빌딩 4개동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선진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역시 저금리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간파한 박 회장의 야심작으로 주목받는다. 그동안 부동산 펀드는 사모펀드 위주로 출시돼 고객 자산가나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하고 안정된 투자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투자철학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물론 해외 부동산 투자에 일찌감치 나선 미래에셋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출시 보름 만에 3조원어치가 판매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다 이듬해 중국 증시 폭락으로 2008년 한 해만 반토막 손실을 냈던 인사이트펀드의 악몽이 남아있지만, 이번 펀드의 경우 그간 미래에셋이 공들여 사모은 해외 부동산의 면면을 감안할 때 성공예감이 더 큰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7월에도 미래에셋은 연 4.5%의 확정 수익을 제시하며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관련 자산담보부 사모사채(ABS)를 출시하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는 과거 펀드 신화처럼 개인 고객들을 위한 상품 출시로 꾸준히 연결되고 있다. 근 20년전 박현주 펀드에 이은, ‘제2의 박현주 신화’의 결말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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