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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증권 해외법인 잇단 수혈…"실탄 넉넉할 때"

  • 2017.05.29(월) 09:50

KB증권 홍콩법인 증자…키움도 인니법인 유증
성과 지지부진하지만 장기육성 필요성 커져

증권사들이 잇따라 해외법인에 대한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해외법인의 경우 당장 큰돈이 되진 않지만 해외투자 확대 트렌드와 맞물려 새로운 먹거리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녹록지 않은 업황으로 해외법인 폐쇄가 잇따랐던 2010년대 초반과 대조적이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상승 랠리로 증권사 벌이가 좋아지면서 투자 여력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B, 키움, 미래에셋대우 등 해외법인 수혈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해외법인 자본금 확대에 나서거나 이를 계획 중이다.

 

KB증권은 이달 초 KB증권 홍콩법인(KB Securities Hong Kong Ltd)에 대해 904억4000만원(80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KB증권 자기자본의 2.18% 수준으로 취득 후 지분율은 100%(9000만주)가 된다. 홍콩법인 증자는 해외사업 확대 차원에서 결정됐다. 홍콩을 해외 진출 거점으로 육성해 아시아지역 허브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키움증권도 지난 2월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PT Kiwoom securities Indonesia)에 대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1987년 7월 동서증권 인도네시아로 설립돼 2011년 6월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로 변경됐다.

 

키움증권은 180억원을 들여 취득한 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해 지난해 33억원의 출자를 단행하면서 지분율이 69.99%(7만1198주)에서 97%(9만8679주)로 높아졌다. 이후 손상 차손을 인식해 장부금액은 94억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키움증권 역시 해외사업 강화 일환으로 증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해부터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유상증자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과 11월 미국 뉴욕 법인(Mirae Asset Securities (USA) Inc)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2900억원을 투입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도 올해 중 증자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 성적표는 초라


반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15개 국내 증권사가 12개국에 진출해 총 68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인데 지난 1년 간 7곳이나 폐쇄됐다. 지난해 증권사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약 54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서면서 적자 전환했다. 

 

증자에 나서는 증권사들 또한 해외법인의 실적이 아직은 눈에 차지 않는 상황이다. KB증권 홍콩법인의 경우 올해 1분기 73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지난해에 22억원에 이어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뉴욕법인도 올해 1분기6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만 소폭 흑자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1분기 1억60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 해외사업 필요성 확대…실탄도 넉넉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사들이 여전히 해외법인에 공을 쏟고 있는 이유는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사업 확대 필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적자가 나거나 수익이 변변치 않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게다가 최근 벌이가 좋아지면서 투자 여력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1990년대 초반 국내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제동이 걸렸고, 2000년대 중반에 다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성과가 저조하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사이 17개의 해외점포가 폐쇄되고 남아있는 곳도 재정비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증권사의 수익성과 맥을 같이 한다. 해외 진출에 열심이던 2000년 중반은 국내 위탁매매 시장이 활기를 찾았던 시기와 일치하고, 2011년은 수익성이 위축되기 시작한 해다. 


이후 최근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법인의 경우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금융시장 발전도가 낮은 아시아 신흥국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며 "이들 시장의 경우 해외사업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오랜 투자 기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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