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카오가 코스피시장으로 갈아타면서 코스닥에 충격을 준 데 이어 이번엔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이전 상장설의 진원지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인데요.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코스피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동의서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셀트리온 주주들의 코스피 이전 요청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셀트리온이 소액주주들의 요청에 부응해 코스피행 결단을 내릴까요.
◇ 코스피행 명분은 충분
셀트리온 주주들은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공매도를 꼽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부터 본격화한 공매도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13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돕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판 후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인데요. 비쌀 때 빌려서 싼값에 갚을수록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면 이득을 보는 구조죠.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 탓에 셀트리온의 주가가 왜곡되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상대적으로 더 투명한 시장으로 옮겨 공매도를 줄이고, 진성 투자자들을 더 늘리기 위해선 코스피 이전이 해결책이라는 거죠.
물론 코스피 이전 상장을 통한 주가 상승 기대감도 큽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코스닥시장 투자를 꺼리는 만큼 코스피로 이전하면 수급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코스닥에서 덩치를 키운 많은 종목이 코스피로 이전했죠. 어쩌면 '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의 이동은 자본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정상적인 자본시장의 수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 역시 명분은 충분합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13조원대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6%를 차지합니다. 코스피로 편입돼도 무리 없는 덩치죠. 지난달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코스닥에 상장해 시총 2위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굳이 두 형제회사 모두 코스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 헬스케어와 합병카드 포기 못해
그렇다면 셀트리온의 선택은 뭘까요. 과거 다른 코스닥 상장 기업들과는 달리 셀트리온은 코스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당시에도 왜 코스닥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형님인 셀트리온이 코스닥에 있는데 아우도 따라가야지 않겠냐"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코스닥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후 두 회사 간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합병이 더 쉽도록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셀트리온과 같은 코스닥을 선택했던 것이고요.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기자간담회 당시 "당분간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성을 키워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회사의 통합작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정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는데도 합병은 필수적입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3.86%를 가지고 있고,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19.6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별도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6.18%도 가지고 있는데요.
'서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완성됐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관계가 없어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유력한 겁니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병이 답이라는 의견도 잇따릅니다.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의 명분은 충분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