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증시도 주판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가능성 단계지만 코스피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까지 소집하면서 확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코스피 입장에서는 셀트리온이 넘어올 경우 버선발로 반길 일이다. 반면 코스닥은 카카오에 이어 시가총액 1위인 대장주마저 잃게 되면서 줄초상을 치르게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사정이 열악한 코스닥이 더욱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셀트리온 코스닥 이탈 구체화
셀트리온은 지난 21일 코스닥시장의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셀트리온의 코스닥 이전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뭉친 결과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이달 초부터 주주 동의서를 받아왔고, 3% 이상 동의를 얻어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했다. 셀트리온의 운명은 오는 9월 29일 갈리게 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그동안 코스닥 잔류 의지를 표명했지만 주주들의 요구를 쉽게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후 끊임없은 공매도에 시달리면서 주주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했다. 결국 임시주총까지 소집된 만큼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코스피행을 거의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들의 요구를 막을 명분과 실리가 제한적이란 점에서 코스피 이전은 가부가 아닌 시기의 문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코스피 이전시 수급 이동 불가피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하면 주가와 수급에 모두 플러스 효과가 기대된다. 코스피 시장 역시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후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된 사례를 보면 주가와 기관의 수급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임시주총과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진행되는 이전 상장일 60거래일 전부터 주가에, 30거래일 전부터는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오는 9월 15일 코스피200 특례 편입이 확정된 카카오의 경우 새롭게 1000억~2000억원의 매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시가총액이 14조원에 달해 코스피로 이전 시 30위권에 무난히 들 전망이다. 코스피200 특례 편입을 위해 필요한 기준(상장 후 15거래일 간 보통주 평균 시가총액이 50위권 이내에 위치)을 넉넉히 넘어선다.
카카오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만큼 파급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코스피200 내 유동 시총 비중은 0.99%로, 약 3000억원 대의 신규 매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위기 빠진 코스닥…당국 해법 고심
문제는 역시 코스닥이다. 올해 이미 대어급으로 꼽히는 카카오를 떠나보낸 상황에서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마저 떠날 경우 수급적인 측면은 물론 코스닥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셀트리온은 명실상부 코스닥 대장주인 데다 코스닥을 대표하는 바이오·헬스케어 대표주로 카카오보다 더 상징성이 크다. 게다가 카카오의 경우 최근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셀트리온의 경우 대안 자체가 없어 공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연구원은 "코스닥 대표주의 연쇄 이탈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호 간 특색을 달리하던 병립 구도가 와해되고, 코스닥이 메이저 무대 진출을 위한 마이너리그 성격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이전은 여부는 개별 회사의 결정이지만 대표주로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단순히 이탈을 제지하기보다 원인을 파악하고 기관과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전을 요구하는 원인 등에 대해 들여다볼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는 이번 주 중 공매도 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종목을 코스피200 지수 등에 담거나 기관들이 코스닥 종목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