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롯데쇼핑 등 4개사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면 롯데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무난하게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 준비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소액주주들도 반대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이후 줄곧 롯데그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롯데는 "신동주 회장의 그룹 흔들기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심 신경을 써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투자자들에게 분할합병안을 찬성할 것을 권고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신동주 회장 반대 논리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지주사 전환이 신동빈 회장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4개 계열사 분할합병 주총에 대해 "롯데쇼핑을 제외하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만 분할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주주제안설명서에서 "롯데쇼핑은 대규모 중국 손실 및 잠재부실, 왜곡가능성이 큰 합병가치 산정 등 문제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롯데쇼핑을 제외하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3개사만의 분할합병으로 지주사 체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동주 회장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 중국법인은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총 2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4000억원의 손실을 입어 지금까지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향후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신동주 회장은 증시도 이같이 판단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PBR(Price Book-value Ratio)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입니다.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것인데, PBR이 1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롯데쇼핑의 장부상 순자산은 16조원, 시가총액은 7조3000억원으로 PBR이 0.45 수준이라고 제시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특히 롯데쇼핑이 분할될 경우 사업부문의 PBR을 강조했는데요. 롯데쇼핑의 사업부문 PBR 추정치를 0.31로 내놨습니다. 분할 이후 롯데쇼핑 사업부문의 리스크가 크다는 주장입니다.
신동주 회장은 이처럼 롯데쇼핑의 사업 리스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롯데쇼핑을 지주사 전환 계열사에 포함시킨 것은 롯데쇼핑 지분이 많은 신동빈 회장을 위한 조치라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 ISS 찬성 논리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입니다. 각국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1700여개 기관투자가들에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ISS가 상당한 공신력을 얻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ISS는 특히 신동주 회장이 제기한 반대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ISS는 "롯데쇼핑의 중국리스크는 사업회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투자회사들간 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롯데측의 주장이 타당하며 신동주 주주가 제안하는 롯데쇼핑을 제외한 제과, 칠성, 푸드 3사간 분할합병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롯데쇼핑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다른 세 회사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며 롯데쇼핑의 중국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 리스크가 분할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ISS의 결론”이라고 제시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합병이 사업회사가 아닌 투자회사들 사이에서 이뤄질 것이며 롯데쇼핑의 사업은 대부분 롯데쇼핑 사업회사에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SS는 “오히려 지배구조 단순화 및 계열사간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투자자산들의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면서 "따라서 투자회사 합병 이후 지주사는 상당한 주가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롯데는 그동안 "반도체 회로보다 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와 관련 롯데 계열사들도 투자자들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놨습니다. 분할·합병 대상 4개 기업의 배당성향을 종전 대비 2배 이상 높은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중간배당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롯데 계열사들은 분할합병과 지주사 전환에 대해 ▲4개사 투자부문을 합병함에 따른 지배구조 및 투명성 개선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사업회사는 각각 사업영역에 집중해 경영 효율성 증대 ▲지주사 설립을 통해 정부 개혁과제인 순환출자 해소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롯데 계열사들은 지난 16일 서울지방법원이 신동주 회장의 분할합병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도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롯데 계열사들의 주주총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