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개별 금융사별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금융업권 전체적으로 통일된 진정한 블록체인 시대가 열리지 않았다.
업권별로 광범위한 블록체인 적용만 놓고 본다면 일단 은행권보다 금융투자업계가 좀더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의 경우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사설 인증체계가 조만간 선을 보일 예정이다. 블록체인의 본격 활용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은행의 참여가 결코 배제될 수 없지만, 당장은 금융투자업계가 주도권을 쥐면서 과실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 10월 중 증권 간 블록체인 공인인증 상용화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12월 21개 금융투자사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출범하고 올해 2월 본격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블록체인 싱크탱크를 구축한 것은 은행권에 앞서 국내 최초 시도였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 외에 블록체인 관련 기술회사가 함께 참여해 국내 블록체인 기술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자본시장에서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내 정보기술(IT) 위원회는 블록체인 관련 연구와 기술검증 결과를 컨소시엄과 공유하고 블록체인 활성화 지원에 나섰다.
첫 번째 타깃은 역시 공인인증서를 블록체인 인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10월 중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공동 사설 인증체계는 이달 말까지 참여사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달 통합 테스트를 거쳐 10월 중 개시된다. 국내에서 업권별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는 것은 처음이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추진해온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공동 사설 인증이 완료되면 25개 증권사에서 개인인증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마다 계좌를 가진 고객 정보가 동일하게 공유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주식거래 시 인증서를 다시 등록하는 번거로움도 줄고 발급 비용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금융회사들도 보안성을 강화하고 인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은행권·공공부문 연계도 기대
공인 사설 인증의 경우 당장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은행이나 공공부문과의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외에도 블록체인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도 블록체인 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회가 출범됐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은행업뿐 아니라 여신업과 보험업 등과 연계한 범 금융권 인증체계가 구현된 뒤 공공기관 전자서명이 필요한 업무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은행업계까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이 마무리될 전망으로 시스템 통합을 통해 모든 금융거래에 블록체인을 통한 보안 기술 적용으로 훨씬 더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보안의 신세계가 열리는 셈이다.
◇ 금융상품 거래 등 적용분야 무한확장
시장 전반의 블록체인 활용도 무한 확장 중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장외 주식 거래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스타트업 전용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KSM)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되면 불공정 거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기존 거래의 경우 하루 이상의 시차가 발생했지만 블록체인 이용으로 즉시 매매가 체결돼 거래시간도 단축된다. 미국 나스닥도 현재 블록체인을 활용한 장외 주식 거래소를 개장했다.
블록체인 컨소시엄 차원에서도 내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 후 2019년까지 금융투자상품의 청산 결제, 2020년 이후에는 장외채권과 장외(OTC)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로까지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큰 그림과 함께 당장은 2차 블록체인 사업으로 개인 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 개선에서도 나선다. 소비자 신분증 분실에 따른 개인 정보 노출 시 이를 금융사끼리 공유해 추가 금융사고 예방을 돕는 시스템이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신분증 분실 정보를 블록체인망 내부에 공유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각 증권사가 실시간으로 신고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개인 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 역시 금융투자업권이 우선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