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증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실망 매물이 나오며 장중 코스피는 하락세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경협주 등 그간 수혜를 누린 주식들은 조정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근 무르익은 남북 화해모드 자체가 시장에 중립적으로 작용한 만큼 영향이 제한될 것이란 무게가 실린다.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은 여전히 긍정적인 쪽으로 열려 있다는 기대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갖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북한이 풍계리 핵시설을 파괴하며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위협적인 비난 발언을 연달아 내놓자 미국은 미련없이 한 발 물러섰다.
그간 급물살을 타던 화해 모드가 냉각되면서 증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강화되면서 뉴욕 증시가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성사 이후 증시가 일정 부분 북한발 호재를 시장에 반영한 만큼 당장은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3월 이후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한 기대와 북한발 훈풍이 사그라들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북 경협주의 되돌림과 더불어 단기 하락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조언이다.
SK증권도 "단기 직관적인 기대가 이끌었던 주가 급상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실망감으로 빠르게 조정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큰 그림 여전…영향도 제한적
하지만 최근 이어져온 우호적인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악화되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진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곧바로 회담 취소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현시점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가 최근 무역갈등 이슈에서도 상대 측을 도발한 후 조금씩 조정하며 유리한 것을 얻어 가는 협상 방식을 보여온 만큼 북미 관계 역시 비슷하게 풀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완전한 취소보다는 일부 여지를 남겨뒀고 미국 의회에서도 과거와 달리 외교적인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며 "영국과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평화적 해결을 요구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도 낙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완전한 결렬보다는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며 "단기 불확실성 증대는 불가피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시장 개방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등 북한이 대화에 나선 근본적인 배경을 감안하면 북미 관계가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방향성은 유효하며 속도의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 신흥국 불안·무역분쟁 이슈 주시해야
이와 함께 시장이 더 주시해야 할 변수로 최근 신흥국을 둘러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과 새롭게 등장한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의지 표명 등이 꼽힌다.
KTB투자증권은 "북한 호재가 시장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감안하면 충격 또한 제한적이며 오히려 신흥국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한 금리와 달러, 유가의 추세적인 방향성을 주시하라"고 조언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선별없는 적용을 한다면 일본, 멕시코, 유럽과 함께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액션 성격이 강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지는 자동차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