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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체거래소에 180도 입장 바뀐 한국거래소

  • 2019.07.15(월) 15:37

공공기관 해제때는 글로벌 경쟁력 어필
현재 ATS 설립 반대하며 독점지위 유지

"지난 8월 통합자본시장법 발효로 거래소 허가제, 대체거래소(ATS) 설립 등이 도입돼 법적·사업적으로 경쟁 체제가 시작됐다. 한국거래소가 발전하고 선진 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선 민영화가 필수다."(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2013년 10월 2일)
"경쟁을 촉진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ATS가 활성화돼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시장 규모가 협소하다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2019년 7월 9일)

한국거래소(KRX)를 이끄는 수장인 이사장의 발언은 조직을 대표하는 입장 표명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단순히 개인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2013년 최경수 전 이사장의 발언과 지난 9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발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조직의 입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ATS 도입 가능성을 두고 공공기관 해제를 주장하더니, 막상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후에는 ATS 도입을 반대하고 나서 조직 이기주의 비판에서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의 ATS의 정식 명칭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다. 정규 거래소가 주문을 독점적으로 제공받아 매매체결을 수행해왔지만, ATS가 도입되면 다양한 매매체결 시설의 진입을 허용해 거래소 간 경쟁 체제를 유발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미국은 2005년 정규 거래소 외에도 ATS, IB, OTC, ADF 등을 모두 시장으로 수용했다. 미국 전체 주식거래에서 정규거래소 외 ATS 등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이 최근 3년간 40%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다.

유럽은 올해 4월 기준 227개의 대체거래시스템 MTF가 등록됐고,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정규 거래소가 88.7%, MTF가 11.3%를 차지했다. 일본 역시 사설 거래 시스템 PTS가 인가 업무로 추가 됐고, PTS를 통해 전체 주식 거래량의 5% 수준이 거래되고 있다.

우리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ATS의 도입 근거가 마련됐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ATS 설립이 전무했다. 최근에야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참여해 ATS 설립위원회를 꾸려 준비 중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매매체결이 이미 완전 전산화돼 있고 거래 수수료도 최저 수준이어서 ATS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투자자 실익이 클지 의문"이라며 "설립되더라도 투자자 공백이 크지 않도록 당국이 협의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ATS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단순히 현재 거래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ATS가 나올 경우 투자자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 거래소가 진심으로 우려하는 것은 거래소의 기능을 넘어서 더 진화된 형태의 ATS가 나올 경우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물론 ATS가 도입되면 지나친 경쟁 체제로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거래 안정성의 문제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ATS와 중앙거래소 모두 적극적인 기술 투자로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ATS 도입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거래소 경쟁을 통한 자본시장의 질적 도약을 도모하면 된다.

6년 전 "세계적으로 선진 각국 거래소가 국경을 넘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역내 자본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공공기관 해제를 통해 유연함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거래소다. 하지만 공공기관 해제 후 달라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국거래소 도메인은 'www.krx.co.kr'이다. 'co.kr'은 영리 목적의 기업체임을 의미한다. 회사의 성격, 공공기관 해제 등을 볼 때 이제 독점구조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거래소의 무조건적인 ATS 설립 반대보다는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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