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내부 핵심보직으로 꼽히는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신규 선임했다. 거래소 측은 각 보직에 적합한 인사를 선임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이 인사 철회를 요구하면서 당분간 내홍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31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에 임재준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상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조효제 전(前)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선임했다.
이번 선임은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정창희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실시된 인사다. 두 신임 본부장의 임기는 내달 1일부터 2022년 10월31일까지 3년이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임 전 본부장보와 조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본부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거래소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7명의 상임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임 전 본부장보가 신임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에 선임되면서 유가증권본부장 자리는 2016년 김원태 전 유가증권본부장(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물러난 이후 3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 몫이 됐다.
임 본부장은 1963년생으로 충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미주리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파생상품시장본부 신사업부장, 유가증권시장본부 증권상품시장본부장보 등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파생상품시장 본부장보를 맡아왔다.
1964년생인 조 본부장은 금융감독원 법무실 팀장과 증권감독국 팀장, 금융투자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부원장보로 재직하다가 올 초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거래소 측은 본부장직 수행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임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를 반대해온 거래소 노동조합 측과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두 신임 본부장 선임에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인사 철회를 요구해왔다.
노조는 조 본부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꼬집었다. 노조는 "조 전 본부장보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사실상 해임됐지만 한 단계 높은 거래소 상임이사로 추천된 배경에는 최종구의 뒷배가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에 대해서는 "2017~2018년 파생상품시장 본부장보로 시장관리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며 "거래소 경영진의 시장운영과 경영실패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방탄보은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임 본부장은 현재 예탁결제원 비상임이사직에 올라있다.
이동기 전국사무금융노조 거래소지부 위원장은 "경영진에 선임 결정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는데 주주총회에서 일방적으로 선임을 강행한 데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즉각 출근 저지와 반대 투쟁, 고소 및 고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2005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 등 4개 기관이 통합해 출범한 곳이다.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민간 주식회사로 운용되고 있지만 주요직에 정권 주변 인물 및 관료 출신이 선임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이 밖에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업계대표 사외이사로 선출했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비상임이사 임기가 지난 17일로 만료된 데 따른 인사다. 박 이사는 부국증권 영업총괄 상무와 유리자산운용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